‘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의혹’ 문은상 신라젠 대표 구속

입력 2020-05-12 11:10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1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바이오 업체 신라젠의 주식을 거래한 혐의를 받는 문은상(55) 신라젠 대표가 구속됐다.

성보기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문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정식)는 문 대표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과 특경법 위반(배임), 업무상배임 및 업무상배임미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 대표가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하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페이퍼컴퍼니 대표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성 부장판사는 “조씨가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하고 있고 조씨는 피해자 회사의 외부인사로서 이 사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관한 결정권이 없었던 점을 참작했다”며 “현 단계에서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신라젠이 개발하던 항암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을 공시하기 전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주가 폭락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용한(56) 전 신라젠 대표이사와 곽병학(56) 전 감사는 같은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된 상태다.

문 대표는 무자본 상태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BW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BW는 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의미한다.

문 대표는 지난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미공개 정보 이용해 손실 회피한 의혹을 인정하냐’ ‘페이퍼컴퍼니 이용해 신라젠 지분을 편법으로 인수한 의혹을 인정하냐’ ‘회사 홈페이지에 호소문도 올렸는데 의혹을 부인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법원에서 말하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2016년 12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진입한 신라젠은 펙사펙 개발 기대감 등으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상장 당시 주가는 1만원대였지만, 2017년 11월 “펙사벡이 신장암에 반응을 보였다”는 신라젠 연구소 관계자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주가는 13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당시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9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신라젠은 지난해 8월 임상 중단 결과가 알려지며 주가가 폭락했다. 금융권은 신라젠 임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둔 시세차익이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문 대표와 곽 전 감사 등은 상장 이후 펙사벡 임상 중단 공시가 이뤄지기 전까지 2515억원(292만765주)어치의 지분을 매도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