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주도해 열리는 최고 권위의 야구 대회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내년 대회 취소가 임박한 상태다.
ESPN 등 미국 다수 언론은 12일(한국시간) 대회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내년 3월 열릴 예정이던 WBC 대회가 취소될 계획이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회 관계자는 ESPN에 “WBC의 취소가 임박했다”며 “이 대회는 우선순위에서 당장 급한 대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회가 취소될 경우 차기 대회가 열릴 2023년까지는 WBC 경기를 볼 수 없게 된다.
5회를 맞은 WBC는 기존 16개 참가국에 예선을 거친 4개국을 추가해 참가국을 20개국까지 늘려 대회 규모를 더 키울 예정이었다. 일본 도쿄와 대만 타이중, 미국 피닉스·마이애미에서 조별 라운드를 진행한 뒤 마이애미의 말린스 파크에서 준결승과 결승 경기를 열 구체적인 대회 진행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예선전이 취소되며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MLB도 개막 시점이 밀린 가운데 WBC가 세운 5회 대회 계획 전체가 백지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
MLB가 내년 이후 다시 WBC를 열기 위해선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와의 단체 협약 재협상이 필요하다. MLB는 지난 2월 MLBPA와의 단체 협약을 통해 이 대회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이 협약이 내년 12월 만료돼서다.
대회 출전 의사를 밝혔던 코디 벨린저, 워커 뷸러(이상 LA 다저스),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 등 MLB 유명 선수들과 WBC 무대에서 겨루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은 결국 몇 년을 기다린 뒤에야 볼 수 있게 됐다.
한국은 2006년 초대 대회에서 3위, 2009년 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2013년과 2017년 대회에선 본선 2라운드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2013년엔 네덜란드에 0대 5로 발목을 잡혀 대만과 호주를 이기고도 탈락했다. 2017년엔 이스라엘에 1대 2, 네덜란드에 다시 0대 5로 패해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낸 바 있다. 1, 2회 대회는 일본, 3회는 도미니카 공화국, 4회는 미국이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