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난리 치더니 증거는 고작…” 민경욱 비판한 진중권

입력 2020-05-12 09:58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15총선 개표조작 의혹 진상규명과 국민주권회복 대회'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1일 사전투표용 투표지를 공개하며 “4·15 총선은 부정선거”라고 주장한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을 겨냥해 “그 난리 바가지를 치고 증거는 쥐새끼 한 마리”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며 “고작 해야 선관위에 투표용지 관리 잘하라고 하고 끝낼 일을”이라고 적었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은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뜻으로, 예고는 거창했지만 결과가 매우 사소한 모양을 일컫는다.

진 전 교수는 “음모론이라는 것은 결코 반박되지 않는다. 반박된다면 성공적인 음모론이 아니다”라며 “전국의 투표함을 다 꺼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해도 음모론적 상상력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같은 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4·15총선 의혹 진상규명과 국민주권회복 대회’에 참석해 “투표 관리관의 날인 없이 기표가 되지 않은 비래투표용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무더기 혼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전투표는 유권자가 올 때마다 투표지를 인쇄하기 때문에 여분의 투표지가 나오지 않는다. 내가 이 용지를 확보한 것 자체가 ‘조작’의 증거”라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월요일(11일) 2시에 국회 토론회장에서 세상이 뒤집어질 만한 증거를 폭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글

진 전 교수는 민 의원의 주장과 관련 “패인을 알아야 다음에라도 이길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현실 자체를 부인하니, 영원한 ‘루저’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며 “자기들이 ‘이긴’ 선거라고 하지 않느냐”고 비꼬았다.

또 “개표 마감 한 시간 전에 집계되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도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를 말해주고 있었다”면서 “개표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구조사도 조작됐다고 할 건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개표결과가 여론조사나 출구조사와 현저히 다르게 나타나기라도 했다면 의심해볼 만하지만, 이번 건은 의혹 제기의 전제조차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싸움은 현실에서 벌어지는데 망상으로 피난 가서 대체 뭘 하겠다는 거냐”며 “그 망상 속에서 영원히 승리하라”고 말했다.

사전투표 조작 의혹은 4·15 총선 이후 일부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통합당의 참패를 부인하며 불거졌다. 이에 민 의원 외에도 차명진 전 통합당 의원 등이 동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