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마스크 강제 조치 ‘비판’ 나와
사무실은 제외…마스크 벗어도 돼
아이오와 주지사도 ‘완화된 자가격리’
미국 백악관이 대부분의 직원들에 대해 백악관 내의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또는 얼굴 보호대를 써야 한다는 지시를 11일(현지시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백악관 내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조치는 이날 지시가 발표된 직후부터 효력을 발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수 십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는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악관 직원들에 대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요구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그랬다”면서 “내가 그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는 “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있다”고 자신의 행동을 옹호했다.
그러나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과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 당국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언론 브리핑에 배석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지시가 느슨한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것 같다고 참모들은 밝혔다.
이번 조치의 적용 대상 장소도 문제로 지목된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백악관 내의 사무실도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장소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백악관 직원들은 백악관 내의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나 얼굴 보호대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지만 사무실에선 벗어도 되는 것이다.
이번 지시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일하는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마스크를 쓸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WP는 지적했다. 얼마 전까지도 대부분의 고위 당국자들은 웨스트윙(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의 집무동)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WP는 덧붙였다.
자신의 대변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으로 백악관에 나타났다고 WP는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킴 레이놀즈 아이오와 주지사가 백악관을 방문한 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라 완화된 형태의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레이놀즈 주지사는 지난 6일 백악관을 방문했는데, 이후에 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진 케이티 밀러 부통령 대변인도 그 자리에 배석했던 것이 화근이 됐다.
지난 8일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결과를 받은 밀러 대변인은 백악관과 미국 정부 내에서 ‘슈퍼 전파자’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레이놀즈 주지사는 밀러 대변인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으며 11일 받은 코로나19 검사에서도 음성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지난주 밀러 대변인을 포함한 백악관 직원 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발칵 뒤집어졌다.
밀러 대변인과 회의를 같이 했던 앤소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 등 보건 당국 책임자들이 줄줄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