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의 갈등으로 논란이 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11일 “그동안 피해자와 운동단체를 분열하려는 시도가 계속 있었다”며 “이번엔 보수 매체들과 그 입을 빌려 야당이 공격하는 방식으로 30년 동안 해왔던 세계적인 운동의 성과를 뭉개뜨리려는 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나와 최근 불거진 각종 의혹은 가짜뉴스이며, 활동가들을 음해하는 폭력적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인 윤 당선인은 2015년 박근혜정부 당시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외교부와 소통하고 사전에 합의 내용을 알았다는 의혹과 당시 할머니들에게 위로금 수령을 거부토록 했다는 것을 소명하고 나섰다. 그는 “그런 주장을 하는 외교부 당국자들은 당시 굴욕적이었던 한일 합의를 이끌었던 당사자들”이라며 “자신들의 책임을 NGO 활동가에게 넘기고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 자격도 없고 지금은 반성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수차례 접촉했다는 의혹에 대해 “설날에 만나거나 8·15때 만나거나 한일 국장급 협의가 있을 때마다 진전이 있냐, 물으면 외교부에선 아무 진전이 없다 이야기를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기억연대가 50억원의 기부금 중 9억만 할머니들에게 썼다며 논란이 된 기부금 사용처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 지원사업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사용 내역을 전부 공개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엔 “홈택스에 공개해놨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주변의 권유에 따라 30년간 동지적 관계로 활동해온 이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지난 10일 할머니가 있는 곳을 수소문해 경남의 한 지역까지 찾아갔다. 하지만 끝내 이 할머니를 만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딸 유학비용이 가계 수입에 비해 과하다는 지적과 관련, 소명 자료를 시민당에 제출했다. 그는 “딸은 장학금을 받아 학비를 일부 충당했고, 현재까지 학비와 생활비로 약 8만5000달러(1억370만원)을 사용했다”며 “자녀 유학자금은 간첩조작사건으로 고통받았던 남편의 배상금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1994년 ‘남매간첩단’에 휘말렸던 남편 김모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2017년 대법원 선고에 따라 배상금 2억7900만원을 받았다.
더불어시민당도 당 차원에서 논평을 내고 “윤 당선인에 대해 사실과 다른 의혹 제기를 하는 최용성 가자평화인권당 대표 등에 유감을 표한다”며 “당시 여러 관계자의 진술이 엇갈리고 그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으나 그것으로 윤 당선인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 전체를 깎아내리고 부정하는 것은 당선인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반박했다.
시민당은 윤 당선인 관련 사안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이념 문제로 보고 있다. 앞서 불거진 양정숙 당선인 사태 때와 달리 당 차원에서 적극 대응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윤 당선인의 상황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 보도만 가지고 당이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관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이날 정의연의 해명 기자회견과 윤 당선인의 주장을 맹비난했다. 미래한국당 조태용 대변인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이 조금이라도 풀릴 줄 알았지만 자기변명에 언론 탓, 남 탓뿐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을 지냈다. 조 대변인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기부금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고 하면서 가혹하다고 말하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기부금의 세부 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김용현 이현우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