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사용과 한·일 위안부 합의 인지 시점 등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11일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제기된 의혹을 반박했다. 그러나 모든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30년간 같이 운동해오며 가족같이 지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서운함, 불안감,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의도치 않게 마음의 상처를 드려 사과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정의연은 최근 불거진 여러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먼저 지난 7일 이용수(92) 할머니가 제기한 기부금의 용처에 대해 피해자 지원사업이 현금을 직접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경희 사무총장은 “치료 지원과 인권·명예회복 활동 지원, 장례 지원 및 쉼터 운영 등이 모두 피해자 지원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단 자산의 64%를 차지하는 ‘목적기금’은 모금 당시부터 사용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피해자 지원사업에 쓸 수 없다고 했다. 정의연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정의연의 일반 기부수입은 모두 22억원이었으며, 이중 41%인 9억여원이 피해자 지원사업에 지출됐다. 앞서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성금이나 기금 등이 할머니들에게 쓰인 적 없다는 취지로 비판했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할머니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이상희 이사(변호사)는 “현장에서 공유됐던 정보는 ‘책임 통감, 사죄 반성, 일본 국고 거출을 골자로 합의될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뿐이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윤미향 전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외교부의 연락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며 윤 전 이사장의 사전 인지 가능성은 닫지 않았다.
할머니들에게 한·일 합의 결과 조성된 화해치유재단 기금을 받지 말라고 정의연이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 이사는 “기금 수령 여부는 전적으로 할머니들이 결정하셨으며, 한 분 한 분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윤 전 이사장의 급여 중복수령 여부나 급여 규모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사무총장은 “활동가들의 인건비는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윤 전 이사장도 30년간 매우 적은 비용을 받으며 활동하고도 본인의 월급과 강연비를 털어 정의연에 기부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정의연은 그러나 회계 공시 과정에서 수치를 불분명하게 기재한 사실은 인정했다. 인력이 부족해 수혜인원 규모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의연 회계 공시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기부금 지출 내역인데, 그동안 정의연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부금 수혜인원을 정확히 기록하지 않고 ‘99명’ ‘999명’ ‘9999명’ 등으로 불분명하게 처리해 의혹이 제기됐다.
한편 윤 전 이사장은 전날 이 할머니를 만나러 대구 인근에 내려갔지만 만남이 성사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경모 최지웅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