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소수자입니다…‘찜방’ 부디 폐지해주세요”

입력 2020-05-11 17:46
청와대 국민청원, 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밝힌 한 청원인이 ‘찜방’을 폐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11일 ‘찜방을 폐지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을 ‘16살에 정체성을 깨달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재학 중인 29살 남성 동성애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현 시국에 이기적인 행동을 저지른 일부 동성애자들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받는 것을 알고 있다”며 “국민의 일원으로서 일상에 되돌아가기 위해 조심하던 수많은 동성애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동성애자들도 이런데 일반 국민들의 분노는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경기 안양·양평 확진자가 ‘찜방’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진 바 있다.

청원인은 “흔히 말하는 ‘찜방’이라는 곳은 수면실, 찜질방으로 둔갑해 불특정 다수의 동성애자들이 일회성 만남을 하는 곳으로 운영돼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수많은 비난이 있었으나 그 정도일 뿐 안타깝게도 자정이 이뤄지지 않고 지금까지 운영됐다. 대다수 동성애자가 불매해도 최소한의 영업이 가능할 정도의 수요와 공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아웃팅을 방지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운영한다는 허울 좋은 단어 뒤에 숨어 ‘찜방’은 철저히 음지에서 운영돼 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모든 게 곧 악순환이 돼 방역과 위생의 사각지대로 거듭나는 결과가 됐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쪽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찜방’이라는 것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았다. 하지만 그냥 모른 척했다. 그런 곳에 가지 않고 나만 정직하게 살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까지 고통받는 것을 보고 생각이 짧았구나 싶었다”며 “알고도 모른척했던 과거의 제가 부끄럽다. 일찌감치 뿌리 뽑아야 하는 그릇된 동성애자 문화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중한 사건으로 질병관리본부와 국가 더 나아가 국민들까지 피로도가 극에 달하는 시기인 걸 알기에 너무나 조심스럽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론화가 될 때가 아니면 또 유야무야 넘어갈 듯해 죄송함을 무릅쓰고 청원을 올린다. 부디 ‘찜방’을 폐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11일 오후 5시30분쯤을 기준으로 약 1900명이 동의했다.

서지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