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확진자 1명이 5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집단 감염 사례가 나타나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린성과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3성 지역에서도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통계에 넣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가 후베이성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어 ‘침묵의 전파자’로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우한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자 5명이 추가로 나왔다. 이들은 모두 우한시 둥시후구 창칭 거리의 싼민(三民)이라는 단지 거주자들이다.
이들 5명은 무증상 감염자로 분류됐었으나 지난 9일 이 단지에 사는 고모(89)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 하루 만에 확진자로 진단 결과가 바뀌었다.
특히 고씨는 오래전에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었으나 병원을 가지 않고 견디다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아 그 사이 다수에게 전파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뇌경색 등을 앓고 있는 고씨는 지난 3월 17일 발열과 오한 증세가 나타나 집에서 약을 먹고 호전됐으나 4월 중순 식욕부진 등이 나타났다.
이어 20일 가량 후인 지난 7일 핵산 검사 결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9일 코로나19 확진자로 최종 진단이 내려졌다.
고씨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그의 부인 왕모(81)씨도 곧바로 격리조치돼 핵산 검사를 한 결과 무증상 감염자로 분류됐다가 병세가 악화돼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싼민 단지의 다른 확진자인 장모(76) 씨는 지난 5일 몸이 불편해 근처 인민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무증상 감염 진단을 받았고, 이어 확진자로 전환됐다.
위안모(72·여)씨는 장씨의 부인으로 남편이 양성 판정을 받자 밀접 접촉자로 핵산 검사를 받고 무증상 감염자 진단을 거쳐 최종 확진됐다. 리모(46·여)씨는 지난 7일, 천모(29·여)는 지난 4일 진료를 받은 결과 무증상 감염자로 분류됐다가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규확진자가 한 단지에서 한꺼번에 나오자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 방제 부실 책임을 물어 장위신 창칭거리 사업위원회 서기를 면직 처분했다.
특히 후베이성에서는 무증상 감염자가 거의 매일 10명 이상씩 나오고 있어 후베이성 봉쇄 해제 이후 방역망에 포착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가 중국 전역으로 이동해 코로나19 재확산을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에도 중국내에서 12명의 무증상 감염자가 발견됐는데 이중 11명이 후베이성에서 나왔다. 앞서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는 무증상 감염자들 대부분도 후베이성 출신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절 연휴(1∼5일) 이후 헤이룽장성에 이어 지린성과 랴오닝성 등에서도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동북 3성 지역도 비상이 걸렸다.
랴오닝성 선양에서는 전날 신규 확진자 1명이 보고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하오모(23)씨는 노동절 연휴 마지막 날인 5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린성 수란시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선양에 도착했다.
그는 8일 발열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아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전까지 회사에 정상 출근하면서 수차례 택시나 음식점 등을 이용했다. 그는 병원을 찾을 때도 기숙사 룸메이트 2명과 택시를 탔다.
랴오닝성에서 신규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달 16일 이후 처음이다. 랴오닝성 당국은 하오씨와 밀접 접촉이 의심되는 130명을 의학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
앞서 확진자 10여명이 무더기로 나온 지린성에서도 전날 3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린성에는 현재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확진자 15명이 입원 중이고, 276명이 지정시설에 격리돼 있다. 역외 유입과 관련해서는 6명이 치료 중이고 76명이 격리 중이다.
수란시는 환자가 발생한 아파트와 직장 건물을 봉쇄하고 전면 소독을 했으며, 모든 주택단지에 대해 봉쇄식 관리에 들어가 가구당 1명만 생필품 구매를 위한 외출을 허용하는 등 통제를 강화했다.
바인차오루 지린성 당서기는 전날 대책 회의에서 “수란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고위험 등급 방역요구에 따라 신속히 전시상태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헤이룽장성은 쑤이펀허를 통해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중국인 다수가 확진 판정을 받고, 미국에서 귀국한 중국인 유학생 한모씨가 하얼빈 내 지역사회 집단 감염을 일으켜 비상이 걸린 바 있다.
동북 3성과 인접한 네이멍구 자치구에서도 전날 해외에서 유입된 신규환자가 7명 발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