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결국 코로나에 백기 “올해 안 열린다”

입력 2020-05-11 17:02
칸 국제영화제 포스터. 주최 측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강행 의지를 수차례 내비쳤던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10일(현지시간) “물리적 개최가 불가능하다”며 백기를 들었다.

이날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국 영화 매체 스크린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정상적인 개최는 예상하기 어렵다”면서 “관객들도 크루아제(영화제가 열리는 거리)에 모이는 형식의 영화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는 바일 것”이라고 밝혔다. 5월 프랑스 남부지방 칸에서 열리는 칸 영화제는 매해 수십만명을 끌어모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 중 하나로, 거대한 필름마켓을 자랑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리적 개최를 포기한 칸 영화제 측은 여타 영화제와의 협업을 검토 중이다. 다음 달 초에 발표될 올해 초청작을 ‘칸 2020’이라는 타이틀 아래 토론토 영화제, 앙굴렘 영화제,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 뉴욕 영화제 등 가을에 열릴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방식이다. 협업 영화제 목록에는 부산국제영화제도 포함됐다.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전 세계로부터 훌륭한 작품들을 받았고, 그들이 관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우선 명단을 발표하면 영화관들이 행사를 조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지금껏 경쟁 부문, 주목할만한 시선 등 공식 부문을 나눠왔던 초청작 발표 기준을 없애고 내년 봄까지 개봉 예정인 영화 목록만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칸 영화제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제 개최를 5월에서 7월로 미룬 바 있다.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가 취소·연기되는 가운데도 칸 영화제는 “영화제가 본래 형태대로 열리긴 어려워도,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화할 것”이라며 개최 의지를 밝혔었다. 그러나 프랑스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물리적 개최 포기를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칸 영화제 측은 수천, 수만명의 영화인들이 모여 신작 영화를 거래하는 주요 행사 필름마켓만큼은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영화산업의 유지를 위해 내린 결정으로, 가상 부스와 비디오 미팅, 온라인 상영 등 준비를 통해 오프라인 마켓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