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 “코로나19로 수명 10년 단축”…동맥경화 수준

입력 2020-05-11 16:12 수정 2020-05-11 16:16
미국 의료진이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운반차를 끌고 있다. 미국 ABC뉴스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환자의 수명을 10년 이상 단축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남성은 약 13년, 여성은 11년 정도 수명이 단축되며 이는 심장 관상동맥 질환에 비교할 수준이라고 미국 ABC뉴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글래스고 대학에서 시행된 이번 연구에는 ‘수명단축연수’(Years of Life Lost)라는 질병 연구 기법이 적용됐다고 ABC뉴스는 전했다. 수명단축연수란 질병이 없었을 경우 사망자의 수명이 얼마나 더 길었을 지를 추정하는 개념으로 공공보건 의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글래스고 보건대학의 임상실험 수석담당자인 데이비드 맥칼리스터 박사는 코로나19 사망자들을 두고 “코로나가 아니어도 어차피 오래 못 살 사람들”이라는 말들이 있었다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이번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수명단축연수 검토 결과, 연구원들은 코로나19가 수명을 10년 이상 단축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남성들은 약 13년, 여성은 11년 정도 잠재 수명이 줄어든다는 결론이다.

ABC뉴스는 “코로나19는 이미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아니라, 아직 10년은 더 살 수 있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간다는 것이 해당 연구의 결과”이며 “아직 연구 정확도를 높이도록 검토와 보완이 진행 중이지만 충분히 시사점이 있다”고 전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맥앨리스터 박사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사망률 데이터, 이탈리아의 지난 3월26일자 사망자 보고서, 영국의 의료 데이터베이스인 익명정보 빅데이터(Secure Anonymousized Record Linking)를 비교했다. 해당 자료들을 종합하면 코로나19로 사망한 50대 이상 남녀에게서 흔한 만성 질환 변수를 분리할 수 있다.

ABC와의 인터뷰에서 맥앨리스터 박사는 “코로나19 사망자의 1인당 단축된 수명은 심장질환인 관상동맥 질병의 심각성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다른 질병들의 수명단축연수를 따져보면 관상동맥질환은 11.6, 만성폐질환은 8.2, 폐렴과 천식은 각각 13.1과 21.6으로 조사됐다. 결국 코로나19가 관상동맥 심장질환, 폐렴 등 기존 질환과 비교할 만큼 인체에 충격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보스턴 어린이병원의 존 브라운스타인 박사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는 상당히 해롭다는 사실을 시사하며 정책 입안자들이 공공보건 정책을 짤 때 도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은 이미 다른 병에 걸려 몇 년 못살 환자들이라는 주장이 있었다”면서 “이번 결과로 코로나19가 수명을 10년 이상 빼앗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총평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