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패스와 김승대…‘병수볼’의 진화

입력 2020-05-11 15:48 수정 2020-05-11 17:41
김병수 강원 FC 감독(가운데)이 10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김승대와 함께 즐거워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정상급 스타플레이어는 없다. 하지만 감독 전술이 독보적이다. 프로축구 K리그1 개막전에서 강원 FC가 FC 서울을 상대로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된 ‘병수볼’을 선보였다. 핵심은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의 존재와 장거리 패스다.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은 10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홈 개막전에서 서울에 후반에만 3골을 맹폭하며 3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 현대에서 임대한 김승대가 1골 1도움을 올리며 반짝 빛났고, 환상적인 왼발 뒤꿈치 슛을 성공시킨 드리블러 조재완과 지난 시즌 리그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김지현까지 제 몫을 다 해냈다.

김 감독의 화끈한 공격축구 ‘병수볼’은 지난해부터 각광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통계에 따르면 강원은 평균 볼 점유율(58%)과 패스성공률(86%)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FC 바르셀로나처럼 볼을 점유하며 ‘골을 내주면 더 넣는다’는 각오로 상대 팀을 몰아붙였다. 특히 1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 전에서 0-4로 뒤지고 있던 경기를 후반 추가시간에만 3골을 몰아넣으며 5대 4로 역전한 ‘뒷심 축구’는 시즌 내내 회자됐다.

경기를 지휘하는 김병수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전에서 ‘병수볼’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폭발력 있는 외인 한 명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장점을 지닌 국내 선수들 간 약속된 패스 플레이로 서울을 몰아붙였다. 점유율과 패스 통계도 성장했다. 강원은 1라운드를 통틀어 유일하게 점유율 60%대(60.5%)를 기록했고, 패스성공률(87.8%·699회 중 614회 성공)도 1위로, 서울(70%·321회 중 226회 성공)보다 훨씬 높았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장거리(30m 이상) 패스였다. 지난 시즌 강원은 장거리 패스를 많이 시도하지 않았다(32회 중 20회 성공·성공률 62%). 하지만 서울전에선 88번 시도해 60번 성공(성공률 68%)하며 비중을 늘렸다. 시도 자체도, 성공률도 늘어났다. 대신 애매한 중거리(15~30m) 패스가 100회 이상 줄었다.

김승대 영입의 효과다. 김승대는 이현식의 롱 패스를 전방에서 이어받아 트래핑 후 조재완에게 연결해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세 번째 골도 한국영이 전방에 포진한 김승대를 향해 이어준 장거리 스루패스에서 비롯됐다. 상대 최후방 라인에서 빠른 역습에 최적화된 김승대가 합류하며 ‘병수볼’에 화룡점정이 찍힌 것. 잘 하던 짧은 패스플레이에 빠른 장거리 패스까지 장착해 지공과 속공을 상황에 따라 완성도 있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강원이다.

김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승대의 쐐기 골 장면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플레이다. 김승대가 역습에 관여해 득점했다는 데 기쁘다. 조재완의 두 번째 득점에서도 김승대의 역할이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