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는구나, 잡을 수 있구나” 취재팀 가슴이 벅차올랐다

입력 2020-05-11 15:46 수정 2020-05-11 18:36
추적단 불꽃과 국민일보 특별취재팀 기자. 윤성호 기자

11일 오전 8시,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속보] n번방 개설자 ‘갓갓’ 드디어 잡았다… 24세 남성’. 알람이 뜨자마자 가장 먼저 ‘추적단 불꽃’에게 연락했다. “n번방 그놈이 잡혔다.” 잠복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간절히 바랐던 갓갓의 검거. 불꽃과 취재팀은 환호했다. 진짜 잡히는구나. 잡을 수 있구나. 가슴이 벅찼다.

추적단 불꽃과 국민일보 특별취재팀은 지난해 여름부터 6개월 넘게 n번방에 잠입해 함께 취재했고, 지난 3월 ‘n번방 추적기’ 보도 뒤에는 트라우마 치료를 함께 받기도 했다. 취재팀과 불꽃이 대화를 나눌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었다. “갓갓이 빨리 잡혀야 하는데….” 최근 취재팀 기자 한명은 갓갓을 잡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렇게라도 잡아 다행이다.” 꿈 얘기를 하며 우린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다.

소식을 들은 불꽃은 “묵은 때가 씻겨나간다는 느낌이 이런 것 아닐까”라며 한참 웃었다. 특별취재팀 A기자는 “최근 들어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A기자는 갓갓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하자 최근 몇주간 그를 쫓는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었다. 갓갓을 쫓고 또 쫓다가 깨면 어딘가를 전력질주한 듯 온몸이 피곤하다고 했다. “이제 악몽을 안꾸면 좋겠다.” 모두들 덕담을 건네자 A기자도 “오늘은 발 뻗고 자겠다”고 호응했다. 그저 잠복한 채 지켜보기만한 취재진이 이 정도인데 피해자들은 어떤 기분일까.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불꽃은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갓갓을 잡았다고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할까 봐 겁도 난다”고 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남은 수만 명이 검거되는 날까지 경찰도, 언론도, 국민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도 호응했다. “더 부지런히 뛰어서 끝까지 쫓겠다.”

불꽃은 “텔레그램 안에서 ‘가짜 갓갓이 잡힌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데 우스웠다. 언제 잡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가득한 것 같았다”며 “아직도 텔레그램에서 활개를 치는 모두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갓갓은 앞서 자신이 잡히면 더 방대한 성착취물을 뿌리겠다고 했었다. 끝까지 피해자를 협박한 것”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불꽃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이번 사건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소통하고 있다. 구독자 3만명 돌파를 눈앞에 둔 상태다. 불꽃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국가에게 바라는 점,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등을 영상으로 제작해 공유했다.

불꽃은 무엇보다 피해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사방’을 운영했던 조주빈(24) 구속 당시처럼 가해자 서사를 바탕으로 한 무분별한 보도와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부적절한 말들을 우려했다.

불꽃은 “갓갓은 잡혔다. 이제 중요한 것은 피해자 보호와 그들에게 남은 삶”이라며 “피해자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사회에 어떻게 적응하도록 할 것인지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갓갓에 대해 여러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럴 때일수록 피해자에게 시선을 돌릴 때가 아닌가 싶다”며 “홀로 이겨내는 피해자가 없도록 정부와 수사당국이 힘을 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이날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갓갓(24)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갓갓은 2018년 말 텔레그램 n번방을 창시한 인물이다. 범행 후 1년 6개월가량을 숨어있었던 그는 지난 9일 소환 조사 과정에서 모든 범행을 자백했다. 갓갓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 여성의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갓갓은 2018년 말부터 텔레그램에 성착취방 여러 개를 개설했다. 일명 n번방이다. 경찰을 사칭한 수법으로 여성들을 ‘노예’로 만들었고,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도록 협박했다. 갓갓은 지난해 2월 자신의 권한을 공범들에게 넘겨주고 돌연 자취를 감췄다. 그동안 갓갓은 자신이 고등학생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지만 신분을 위장하기 위한 연막이었다. 검거된 그는 24세 남성이었다.

특별취재팀 onlinene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