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Fn터치] 미국 리쇼어링 본격화는 중국 따돌리기

입력 2020-05-11 15:38 수정 2020-05-11 15:4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공언해 온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회귀) 움직임이 본격화 하고 있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19로 작동이 멈춘 중국 중심의 글로벌공급사슬(GVC)을 탈중국화를 통해 뜯어고치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이같은 리쇼어링 작업에는 미국의 동맹국들까지 동원해 중국을 집단으로 따돌리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코로나 19 이후 세계 무역질서가 어떤 식으로 재편될지 주목된다.

이런 움직임은 반도체 분야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TSMC 등 반도체 회사와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밥 스완 인텔 회장은 지난달 28일 미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타기업 납품을 위한 상업적인 파운드리를 설립할 의향이 있음을 피력했다.

대만에 공장을 두고 애플사에 반도체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TSMC측은 미 상무부와 국방부 관리들과 미국 이전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미국내 반도체 공장 이전 및 증설 계획이 주목받는 것은 반도체가 상업 측면 뿐아니라 국가보안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IT기업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보안유출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미국 행정부가 국무부는 물론 국방부까지 나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관여하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대만과 중국, 한국은 미국의 디지털 경제의 삼각 의존 축”이라며 “미국이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일본과 한국, 호주, 인도, 베트남 등 우호적 국가들과 협력해 공급망을 새로 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으론 미 반도체제조장비협회(SEMI)의 건의를 토대로 중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미국 기업이 미국이나 동맹국으로 이전할 경우 그 비용만큼 세금을 공제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가경제위원회(NEC)위원장은 중국으로부터의 이전비용을 100% 지원할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미국의 반도체부문 리쇼어링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한국 기업의 유턴과 해외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측에 반도체 증산을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주춤했던 애플의 탈중국화도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화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3월초부터 중국에서 생산해온 무선이어폰 에어팟의 30% 가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1월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체결된 뒤 탈중국 작업을 늦춰왔으나 2월부터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중국내 생산기지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