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지부 장관 성소수자 경로 발언 대단히 위험”

입력 2020-05-11 15:22

김경수 경남지사가 11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성소수자 관련 발언에 “대단히 위험한 얘기”라는 뜻을 밝혔다. 박 장관의 발언이 자칫 정부가 성 소수자를 타겟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을 짜고 있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지사의 입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 참석자 간 그룹 메신저 내용을 통해 포착됐다. 뉴스1에 따르면 김 지사는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 등이 있는 메신저 그룹에서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지적했다.

김 지사는 “조금 전 중대본 회의 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태원, 논현동, 익선동이 성 소수자들의 이동경로이니 적극 대응해달라는 발언은 대단히 위험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 소수자 차별일 뿐만 아니라 이태원 클럽 확진자 발생에 대한 정부 대응이 성 소수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는 사회관계장관회의 시작 전에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렸다. 회의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포함한 각 중앙부처 및 17개 시·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 지사의 메시지에 따르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중대본 회의에서 이태원, 논현동, 익선동 내 감염자 파악 및 방역 관리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용인 66번 환자가 들렀떤 이태원 클럽과 주점 5곳은 성 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박 장관은 성 소수자들이 해당 지역을 자주 찾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지역 클럽들엔 일반인도 출입할 수 있다. 성 소수자 이동경로 언급은 해당 지역 전체 상권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성 소수자가 곧 코로나19 감염자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이유 탓에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를 두고 ‘성 소수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김 지사가 박 장관의 발언을 지적한 것도 이러한 정부 기조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지자체장인 김 지사가 방역대책 책임자인 박 장관의 발언을 두고 지적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은 김 지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