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후원금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해명했다. 정의연은 또 후원금 유용 의혹을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에게 사과했다.
정의연은 11일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할머니에게 사과부터 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기자회견 전 “지난 30년간 이 운동을 같이 해오며 가족같이 지내셨던 할머님의 서운함, 불안감, 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할머니께 원치 않은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한 뒤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사과가 끝난 후에는 후원금 유용 논란을 해명했다. 정의연은 “피해자 지원 사업은 후원금을 모아 할머니들께 전달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후원금은) 할머니들의 건강치료 지원, 인권과 명예회복 활동 지원, 정서적 안정 지원, 비정기적 생활 물품 지원, 쉼터 운영 등에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연은 이같은 설명을 뒷받침할 자료를 일부 공개했다. 정의연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의연은 2017년 약 12억 6800만원, 2018년 5억 3800만원, 2019년 4억 1350만원 등 총 22억1960만원을 일반 기부(목적 지정 기부금 제외)로 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의연이 2016년부터 4년간 기부금을 49억원 넘게 받았다”며 금액 축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2억1960만원 중 9억1140만원(41%)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쓰였다. 정의연은 2017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지원금을 거부한 할머니 8명에게 8억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1억1000여만원은 할머니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은 대신 후원 물품 구매, 비정기적 생활 물품 지원 등 다른 방식으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정의연은 “무엇보다 예산으로 표현될 수 없는, 할머니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가족 같은 관계를 맺으며 위로가 되려 하고 있다”며 “공시에 나와 있는 피해자지원사업의 예산으로 우리 피해자지원사업을 전부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부연했다.
다만 기부금 세부내역을 공개해달라는 취재진에게는 “세상 어느 NGO(비영리단체)가 활동내역을 낱낱이 공개하고, 세부 내용을 공개하느냐”면서 “기업들에는 왜 요구하지 않는 것인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정의연은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한·일 합의 당시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을 피해자들이 받지 못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이상희 정의연 이사는 “화해·치유재단 기금의 수령 여부는 전적으로 할머니들이 결정했다. 할머니들을 일일이 방문해 의사를 확인했다”며 “할머니들에게 위로금을 수령하지 못하게 했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외교 관계자와 접촉해 일본이 10억엔(한화 약 113억원)을 출연할 것이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내용은 그 전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 거론됐다”며 “외교부는 국장급·고위급 협의에서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정대협이나 나눔의 집에 알린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용수 할머니는 7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단독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며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귀한 돈과 시간을 쓰지만, 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정대협에 수십년 동안 이용만 당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그는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른다”고 한 것이다. 이어 “현금 들어오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성금과 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내가 비행기만 110번 정도 탔는데 지원을 받은 바 없고 공동대표 직함을 주는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은 적도 없다”며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의 당시 10억엔이 일본에서 들어올 때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전혀 몰랐다. (정대협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