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논란 예고?…‘반일 종족주의’ 후속작 나왔다

입력 2020-05-11 12:41
이영훈(오른쪽에서 두 번째) 전 서울대 교수가 11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발간 기념 기자회견에서 신작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거 없는 이야기가 유포되고 있는데 대학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정신문화’가 죽었습니다.”

이영훈(69) 전 서울대 교수는 11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세와 근대 사이에는 법과 제도의 문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정신문화의 간격이 놓여 있다”며 “한국인은 (그런 간격을 뛰어넘는) 정신적 변혁을 이뤘는지, 성찰을 촉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은 이 전 교수가 교장으로 있는 이승만학당이 기획한 신간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미래사)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책은 지난해 7월 나온 ‘반일 종족주의’의 후속작이다. ‘반일 종족주의’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비판을 받았었다. 출간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구역질나는 책”이라고 깎아내렸고, 학계에서도 저자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은 책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반일 종족주의’는 한때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 11만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 전 교수는 “신작을 홍보하려고 기자회견을 연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은 한국인이 종족주의의 함정에서 해방될 때가 왔음을 알리는 자리”라고 했다. 여기서 종족주의는 “외부 세력을 향한 적대감을 통합 원리로 삼는 정치 이념”이다. 이 전 교수는 “종족주의에서 벗어나 화해와 관용의 국제사회를 만들자는 호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술서로는 드물게 ‘반일 종족주의’는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큰 보람과 기쁨을 느꼈어요. 하지만 분노와 저주의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학문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성실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했고, 그 대응의 결과가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입니다.”

신작에는 이 전 교수 외에도 전작에 참여한 학자 5명(김낙년 김용삼 주익종 정안기 이우연)이 다시 가담했다. 차명수 영남대 교수, 박상후 전 MBC 보도국 국제부장도 가세했다. 이들 필자는 신작에서 ‘위안부’ ‘전시동원’ ‘독도’ ‘토지임야 수탈’ ‘식민지 근대화’와 관련, 전작에 쏟아진 비판들을 강하게 반박해놓았다. ‘반일 종족주의’에 실린 주장들을 좀 더 구체화한 책인 셈이다.

필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성명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의 새로운 역사 해석을 ‘친일 찬양’으로 몰아 ‘역사부정죄’ 입법으로 탄압하려는 계획을 그만두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의기억연대 동북아역사재단 등을 상대로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가 최근 정의기억연대을 비판한 것과 관련, 이 전 교수의 생각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이용수 할머니는 지난해 8월 한 라디오에서 이 전 교수를 향해 “무릎꿇고 사죄하라”고 요구했었다). 이 전 교수는 “수요집회를 그만둘 때가 됐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옳다고 여긴다. 미래지향적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 동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