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경비원, 폭행·갑질도 모자라 고소까지 당했다

입력 2020-05-11 11:53
국민일보DB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을 당하고 협박 등 갑질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해 충격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입주민은 이 경비원을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경찰은 A아파트 입주민 B씨가 50대 후반 경비원 최모씨를 상대로 한 모욕 혐의 취지의 고소장을 서울 강북경찰서에 지난달 27일 접수했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달 29일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한 최씨는 이런 문제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 입주민은 최씨에 대해 “경찰서에 가 본 적도 없는 분으로 안다”며 “자신이 피해를 입어 경찰서에 고소하는 것도 참 무서워하셨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이어 “B씨가 최씨에게 ‘고소하겠다’고 말했다고 들었다”며 “옛날 진단서를 가지고 자신이 맞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법적 대응을 준비하면서도 (최씨는) B씨의 ‘고소한다’는 말에 참 힘들어하셨다”면서 “폭언은 물론이고 폭행도 있었다”고 뉴시스에 전했다.

지난달 21일 촬영된 아파트 주차장 CCTV. 입주민 B씨가 경비원 A씨를 강하게 밀치고 있다. YTN 캡처

최씨는 지난달 21과 27일 B씨로부터 ‘최씨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접수했고 10일 오전 자신의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자신을 돕던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너무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도 전해졌다.

최씨는 지난달 21일 이중주차된 차량을 이동하는 문제로 B씨와 시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모욕 혐의로 고소된 건은 (최씨의 사망으로) 향후 공소권 없음 처분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