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태원발 쇼크’로 무관중 경기 길어질 듯

입력 2020-05-11 11:39 수정 2020-05-11 13:08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린 팬들이 개막전이 열린 5일 광주챔피언스필드 외야 밖 담장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광주=이동환 기자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에 프로야구 KBO리그도 단계적 관중 입장 추진에 있어 보다 신중해질 전망이다.

KBO리그는 지난 5일 개막 이후 무관중 경기를 치러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구장 전체 수용 인원의 20~25% 정도 관중 입장을 허용해나갈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리그 내 10개 구단은 감염 확산을 통제할 원칙도 세웠다. 관중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관중 간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구장을 철저히 방역하는 등 혹시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 확대는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 전망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한 자리수로 줄어들었다가 최근 다시 30명대까지 늘어났다. 클럽을 방문했던 인원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데다 확진자가 수 백 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칫 확진자가 야구장에 방문한다면 어렵사리 문을 연 프로야구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KBO리그이기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KBO리그는 미국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되면서 유례없는 인기를 끌었다. 해외 팬들은 타격 후 배트를 던지는 ‘빠던’에 열광했고, NC 다이노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NC)주의 이니셜과 같아 인기 팀이 되기도 했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메이저리그 대표 강타자 무키 베츠(LA 다저스)가 영상에 나와 KBO리그 홍보에 앞장서고 있을 정도로, 최근 KBO리그를 향한 관심은 뜨겁다.

조용한 미국 프로야구(MLB) 관중석과는 달리 열광적인 응원전이 펼쳐지는 KBO리그 응원 문화가 전파를 탄다면 해외 팬들의 더 큰 관심을 받을 기회가 될 터다. 하지만 그렇다고 리그 자체의 중단까지 야기할 수 있는 ‘코로나19 확산’이란 큰 위험에 도박을 걸 순 없다.

KBO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태를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관중 입장을 추진한단 방침이었고 정부 지침에 따라 빠르면 5월 중에라도 관중 입장을 받자는 얘기도 나왔다”며 “하지만 공식적으로 관중 입장 시기를 정한 건 아니었다. 주 2~3회 열리는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그리고 정부·구단과의 추후 협의를 통해 여러모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각 구단은 코로나19가 확산된 기간에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선수가 있는지 외인 선수를 포함해 자체 파악에 들어간 걸로 알려졌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