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할 당시 이미 확진자가 더 있었을 것이란 의료계 분석이 나왔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11일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수십 명씩 나오고 있는 확진자들이 다 1명에 의해서 감염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태원 클럽은 밀착도 측면에서 감염이 잘 되는 환경이었던 것 같다. 당분간은 감염자가 더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감염이 있을 수 있다는 건가’라고 되묻자 정 전 본부장은 “증상이 없이 다니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며 “한 곳에서 전수검사를 하다 보니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견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전 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외부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20·30세대를 향해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30세 미만인 분들은 사망률이 0이다. 20대들이 이걸 다 아니까 ‘나는 걸려도 감기 한 번, 독감 한 번 앓고 지나가는 걸 거야’라며 방심하고 지내는 것이 이와 같은 현실로 나타났다”며 “답답하겠지만 어느 정도 지켜야 할 규범은 지켜주시는 게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유흥시설 집합금지 명령에 대해 “잘하고 있다”면서도 “명령이 며칠 늦어서 매우 큰 문제를 일으켰다. 유흥시설 집합금지 명령은 진작 필요했다”고 비판했다.
정 전 본부장은 요양병원이나 콜센터 같은 밀집도가 높은 시설에 감염 관리자를 지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감염 관리자가 직원들의 건강상태를 일일이 체크하고, 불편한 게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픈 직원이 직장에 출근하지 않도록 감염 관리자가 체크해야 한다”며 “그다음에 감염 의심이 되면 광범위하게 검사를 해서 확진자와 접촉자를 격리해야 한다. 그래야 2차, 3차 감염을 막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 전 본부장의 분석에 동의했다. 그는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있던 사람들이 군집해서 클럽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명한테 확산시킨 형태”라며 “신천지도 확진자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이었다. 지금도 같은 상황일 거라 그즈음에 이태원에 있는 클럽이나 주점을 방문한 모든 사람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사태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사회 내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잠잠해졌는지 아닌지가 확인되지 않아서 상당히 두려웠다”며 “전국에 있는 청년들이 모여서 집단 발병을 했다는 얘기는 지역사회 내에 숨어있던 감염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에서 집단발병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상이 안 나타났거나 가벼워서 확진자 수가 줄어드니까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도 ‘나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특히 젊은 분들 같은 경우는 증상까지 가볍다. 그런 문제들이 있었던 게 본격적으로 드러났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이어 “신천지는 일부 빠진 게 있긴 했지만 전체 명단 확인이 가능했다. 그랬기 때문에 바로 전수조사에 들어갔고 격리를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은 모인 사람들이 특정한 집단에 속한 사람이 아니다. 명단 확인도 어렵고, 일부는 명단도 잘못되어 있어서 상당히 안 좋은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교수는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정도에 따라 집단 감염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신천지 31번 환자 진단될 때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전국에 코로나19가 확산됐다”며 “느슨해졌다곤 하지만,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었다. 이것이 잘 지켜졌다면 집단감염의 고리가 중간에 끊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