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니다” 버티던 ‘갓갓’… 경찰 마라톤 조사에 결국 자백

입력 2020-05-11 10:00 수정 2020-05-11 11:10

텔레그램 내에서 성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하는 ‘n번방’을 최초로 개설한 것으로 알려진 ‘갓갓’은 경찰의 마라톤 조사에 끝까지 버티다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텔레그램 n번방 사태가 터지면서 갓갓 추적에 총력을 기울여온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이달 초 A씨(24)를 갓갓으로 특정하고 여러 차례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A씨는 소환조사를 받는 내내 자신이 갓갓이 아니라며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자백이 나온 9일에도 오전부터 시작된 조사에서도 경찰 질문에 부인으로 일관하며 버티다가 마라톤 조사가 이어지던 당일 저녁에서야 범행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갓갓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수사팀이 축적해온 근거들을 제시하며 압박을 이어가자 더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갓갓 추적작업을 벌이던 경찰은 A씨 검거가 임박했음을 여러 차례 암시했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4일 “(갓갓 검거를 위해) 그동안 의미 있는 수사 단서들을 상당히 확보를 했고,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 용의자 특정과 입증을 위한 증거 자료들을 선별해 가는 상황”이라며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었다. 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 역시 지난 7일 “갓갓을 마지막 남은 중요한 피의자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11일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북경찰청은 우선 A씨 신병을 확보한 이후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A씨는 텔레그램 내 ‘n번방’으로 불리는 대화방을 개설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n번방에서 제작된 성착취물 중 다수는 아동·미성년자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특히 A씨의 n번방은 조주빈(25)씨의 박사방 등 텔레그램 내 수많은 성착취물 대화방의 일종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경찰은 A씨와 함께 n번방 운영에 가담한 조력자들에 대한 수사도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미 ‘와치맨’ 전모씨와 ‘켈리’ 신모씨 등 A씨의 후계자로 활동했던 이들은 검거돼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