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등교 개학 상행 시 학부모와 학생이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교원단체에서도 시도교육청이 선제적으로 등교 연기를 건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나명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올해 상반기는 원격수업으로 진행했으면 한다”며 “정 불안해서 학교에 못 보낼 것 같은 학부모는 등교거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11일 뉴시스에 밝혔다.
이어 “체험학습에 가정학습을 포함시키는 형태로 인정해 줄 수는 있으니 정 어렵다면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식으로 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질병관리본부와 교육부가 방법을 잘 협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인근의 서울 강북 지역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어머니인 A씨는 “고2 학부모도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며 “다른 학년도 절반 이상은 등교가 미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격수업도 정착되어 가는데 꼭 학교를 가야 하느냐는 학부모도 있다”고 전했다.
대전 유성구에서 고2 자녀를 기르는 학부모 B씨(50)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젊은이들에 대한 원망이 있다. 고3 외 다른 학년 어머니들의 경우 대부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교원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현욱 정책본부장도 “한계 상황에 온 것은 맞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학교에서도 (등교 가능하냐는)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시도교육청이 등교 연기를 반드시 건의해야 한다”며 “학생의 건강이 우선인데 정치, 정책적 의도를 갖고 모험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 4일 고3이 13일부터 순차적으로 등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일부터는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 포함 고2, 중3이 등교한다. 27일에는 고1과 중2, 초등 3~4학년이, 다음 달 1일에는 초등 5~6학년이 각각 등교한다. 그러나 10일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수가 54명까지 증가하면서 등교개학 연기를 요구하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록됐다. 지난 9일 한 청원자는 “두 초등학생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다”며 “확진됐을 때 그 아이는 따돌림, 괴롭힘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등교개학 시기를 미뤄달라’는 제목으로 등록된 청원은 현재까지도 동의자 수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이같은 우려와 관련 “우리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모든 위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밝혔다. 또 “현재 질본, 중대본, 교육청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학교현장 의견도 신속하게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