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30년간 공격에 비용자료 모두 보관”

입력 2020-05-10 17:56 수정 2020-05-10 17:58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연합뉴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은 10일 “지난 30년간 여러 곳에서 공격을 받아왔기 때문에 1990년 설립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시절부터 (지출한) 비용 관련 자료를 보관해왔다”며 “모금한 돈은 투명하게 써왔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불거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과의 갈등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이사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향해 사람들이 침을 뱉던 시절부터 국내 보수 우익뿐만 아니라 일본의 표적이 돼 왔다”며 “하나라도 잘못이 있으면 (이 운동에) 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관련 자료를 모두 철해서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의연은 앞서 1992년 이 할머니에게 생활비로 지급한 100만원에 대한 영수증 등 4장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공개했다. 이 이사장은 “우리가 이를 공개한 것은 언론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함이었다”며 영수증 공개가 이 할머니에 대한 공격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정의기억연대 출신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수요집회 기부금과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10일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 있다. 연합뉴스

이 이사장은 지난 30여년 활동 과정에서 “이 할머니의 서운함이 있을 수 있다”며 “그것을 잘 듣고 원하시는 바를 잘 풀어드리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 배경엔 30여년이 흘렀음에도 일본의 사실인정과 사죄, 법적배상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故(고) 김복동 할머니는 ‘다시는 유사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하에 전 세계 성폭력 피해자와 아동을 위해 전 재산을 다 기부하고 돌아가셨다”며, 이러한 유지를 잘 받드는 것이 중요한 운동의 기조임을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인 이 이사장은 20여년간 위안부 관련 연구를 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운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왔다. 이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역사 문제이자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전시 성폭력 문제이고, 여성인권을 실현해야 할 책임을 환기하는 미래지향적 문제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보편적 인권운동”이라며 “이번 일로 30년 동안 운동에 헌신해온 활동가들과 돌아가신 할머니분들에까지 명예훼손이 될까 안타깝고 슬프다”라고 토로했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지난해 1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이 이사장은 또 “윤 당선인은 20대 때 이 운동을 시작했다”며 “성폭력에 대한 개념도 없고,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 수준도 낮으며 안팎의 공격이 극심해 돈도 조직도 없을 때부터 시작해 30여년간 꾸준히 진행해 세계적인 인권운동으로 이끌어온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어 “활동가들은 정부 지원이나 기부가 거의 없던 1992년부터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해 자비를 들여가며 헌신했다”면서 “피해자 할머니를 돌보는 것만이 운동의 전부가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재정적, 의료적으로 지원하게 하는 입법안을 추진하고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를 일깨우고 국제사회를 압박하며, 할머니들의 증언활동을 돕고 다음세대로 기억이 계승될 수 있도록 역사를 기록하고 교육하는 모든 일들을 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지난한 운동의 역사를 부디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특정 집단의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 문제가 이용되지 않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호소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