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젊다 ②서울 중심 ③명부 부실 ‘이태원 코로나’ 3대 키워드

입력 2020-05-10 17:21


용인 66번 환자로 시작한 이른바 ‘이태원 비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증상에 활동반경이 넓은 젊은 층이 감염자인 데다 교통망이 좋은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했다는 점, 불명확한 명부 등으로 감염 경로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번 이태원 집단감염이 신천지 사태 이후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서울시에 따르면 10일 정오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54명이다. 직접 클럽에 가서 감염된 사람이 43명, 이들과 접촉해 지역사회에서 2차로 전파된 사람이 11명이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도 지난달 12일 이후 28일 만에 30명대로 재진입했다. 신규 확진자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그동안 콜센터와 교회, 병원 등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계속 발생했지만 이번 이태원 사례는 조기 대응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모두 갖고 있어 방역 당국으로선 신천지 사태 이후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클럽 방문자가 대부분 젊은 층이다. 활동성이 높아 이동반경이 넓은 데다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증상이 비교적 약해 이들이 무증상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N차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방대본은 현재까지 확인된 이태원 확진자의 30%정도가 무증상 상태라고 했다.

집단감염 발생지가 서울 한복판인 용산구라는 점도 문제다. 촘촘한 교통망을 따라 순식간에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확진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클럽이 작성한 명부가 부정확하고 외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 특성상 감염 경로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서울시는 용인 66번 환자가 지난 2일 방문한 클럽 3곳에서 1936명의 출입자 명부를 확인했으나 이 중 637명을 제외하고는 출입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이어진 연휴 기간 문제가 된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인원이 7000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천명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는데 이 중 3분의 2 정도가 연락이 안 되고 있고 확진자는 전국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보니 (이태원 사례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을 때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클럽 등 유흥시설에 영업정지를 뜻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정부도 지난 8일 오후 8시부터 한 달 간 전국 클럽과 감성주점, 콜라텍 등 유흥시설에 운영자제 권고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유흥시설 등 집단감염 위험이 큰 시설을 특정해 방역 지침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밀폐되는 정도나 단위면적당 사람이 모이는 정도 등의 기준을 갖고 시설을 유형별로 분류해 위험도에 따라 (방역)지침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