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세계 경제… ‘구리 값’ 반등 vs ‘2차 충격’ 비관론 팽팽

입력 2020-05-10 16:5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추락했던 구리 가격이 꾸준하게 반등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구리는 전자·전기, 건설업 등에 다양하게 쓰이는 원자재로, 실물 경제 흐름을 민감하게 반영해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최근 구리 값 상승에는 중국의 수입량 증가와 세계 각국이 봉쇄 조치(락다운) 해제 움직임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로 미국의 실업률이 연일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8일(현지 시간) 구리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19% 오른 1t당 5280.00 달러에 마감했다. 과거 4년 간 최저점을 기록한 지난 3월 19일(4481.75 달러)과 비교하면 15.11% 반등한 가격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 등으로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 등 경기민감 원자재의 수익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역시 수요 개선 기대감으로 반등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9일(현지시간) 배럴당 24.62 달러까지 오르며 최근 일주일 새 40% 가량 반등했다. 브랜트유 역시 배럴당 30.97 달러까지 상승하며 30달러 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세계 경제의 추가 충격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률 증가와 소비 부진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경제 비관론은 명백하게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비농업 일자리는 2050만개 급감했고, 실업률은 1948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치인 14.7%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투자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현재진행형인만큼 방심은 이르다고 지적한다.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은 “주요 기업 경영진들은 투자자들이 ‘V자’ 반등보단 길고도 느린 경제 회복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 TD에머리트레이드의 숀 크루즈 투자전략 상무는 블룸버그에 “현재 시장 참여자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만약 경제 재개 과정에서 (코로나 재확산 등) 문제가 생긴다면 재차 심각한 변동장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도 추가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1차 충격인 내수 위축, 2차 충격인 수출 부진에 이어 주력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3차 충격이 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현재 미국은 경기 수축의 초기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하반기 기업 실적까지 악화되면 증시 하락과 함께 장기적 경기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금융시장은 오는 15일 발표될 미국과 중국의 4월 산업 생산·소비 지표 등에 주목한다. 중국은 3월보다 얼마나 생산·소비가 개선됐는지, 미국은 코로나 충격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 지가 관건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중국은 일부 회복이, 미국 등은 지표 부진이 더 심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