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눈앞의 떡’ 누가 더 많이… 카드업계, 재난지원금 유치경쟁

입력 2020-05-10 16:43 수정 2020-05-10 16:50

11일부터 카드사 신청이 가능해지는 14조원 규모의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주말 사이 한껏 고조됐다. 자사 카드를 써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앞 다퉈 보내고 휴먼고객에게 따로 경품 혜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부는 100% 캐시백(현금으로 돌려주기)이나 1만원짜리 상품권을 당근으로 내걸려다 당국의 ‘자제령’에 황급히 취소했다.

카드사들은 지난 8일부터 주말까지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신청 관련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발송했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신청 대상·기간·방법 등을 설명하는 ‘사전안내’ 형식을 갖췄지만 목적은 최대한 한 많은 사람이 자사 카드로 재난지원금을 이용하도록 하는 데 있다.

삼성카드는 재난지원금으로 결제하면 문자메시지로 사용금액과 잔액을 실시간으로 안내하고 홈페이지에서 상세 사용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삼성카드 사용 시 장점’으로 설명했다. 롯데카드도 재난지원금 사용금액과 잔여한도를 문자메시지로 실시간 안내한다며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최대한 빠르고 편리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카드사들은 저마다 자사 카드를 쓰면 어떤 점이 좋은지 강조하지만 내용은 비슷하다. 재난지원금으로 결제한 금액도 이용실적으로 인정하고 카드별 할인이나 적립 혜택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보통 이용실적 인정 항목은 카드마다 달라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카드만 쓰고 혜택은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 카드사별 재난지원금 사용 혜택이 대동소이하다면 특정 혜택을 받기 위해 이용실적을 우선적으로 채워야 하거나 할인·적립률이 높은 카드를 쓰는 게 낫다.

일부는 없던 일이 됐지만 ‘남다른 혜택’을 앞세운 카드사도 있다. BC카드는 재난지원금으로 10만원 이상 결제한 고객 중 100명을 추첨해 이용금액 전액을 현금으로 돌려주고 6만명에게 5000원을 지급하는 행사를 진행하려다 접었다. 이 회사는 행사 소개 보도자료를 지난 8일 오전 언론사에 배포했다가 2시간 반 뒤 철회하면서 “급하게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마케팅 내용이 미확정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NH농협카드는 이달 31일까지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 1만명을 추첨해 1만원짜리 SPC 모바일 상품권을 준다는 홈페이지 공지를 이렇다 할 설명 없이 내렸다.

이들 카드사가 공지를 번복하게 만든 건 금융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금융위원회는 “공적 자금으로 돈을 벌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카드업계에 판촉행사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8일 오후 정부와 카드사 간 업무협약식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의 카드 신청 유치를 위한 지나친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당부했다.

카드업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개발한 데다 재난지원금으로 결제할 때도 카드 이용 혜택을 그대로 적용하는 만큼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은 판촉용 혜택이 고객에게 돌아가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재난지원금 사용 촉진을 위한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카드업계는 전체 재난지원금 14조3000억원 중 10조원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쓰일 것으로 예상한다. 재난지원금은 오는 8월 31일까지 사용해야 하는 돈인 만큼 단기간에 가맹점 수수료 수익과 카드사용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일부 카드사는 자체 판단으로 판촉을 진행한다. 삼성카드는 자사 카드로 재난지원금을 신청한 고객에게 스타벅스나 편의점 모바일 쿠폰을 제공하기로 하고 10일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안내를 시작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서울 지역 스타벅스와 전국 모든 편의점이 재난지원금 사용처라는 점을 고려한 이벤트”라며 “수신 동의를 한 고객들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가 앞장선 만큼 다른 카드사들도 회원 확보를 위해 판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앞서 휴면고객에게 스타벅스 사용권 지급 혜택을 안내한 우리카드는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올해 3월 29일 기준 주민등록표상 세대주는 본인 명의 신용·체크카드를 보유한 카드사 인터넷 홈페이지, 모바일 웹 또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재난지원금 사용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 후에는 카드사 변경이 불가능하다.

한 카드사에 재난지원금 사용을 신청하면 대부분 해당 카드사에서 발급한 모든 개인카드로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카드사는 신용카드만 가능하다. 하이패스카드, 화물차 유가보조카드처럼 특정 목적을 위해 발급된 카드는 이용하지 못할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재난지원금은 백화점, 대형마트, 대형 전자제품매장, 면세점,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골프장(연습장 및 스크린 포함), 노래방, 비디오방, 상품권·귀금속 판매점, 카지노·복권방·오락실, 발마사지·스포츠마사지 업소, 유흥주점도 사용 대상이 아니다. 스타벅스, 아티제, 다이소, 까사미아 등 본사 직영 프렌차이즈는 본사 소재지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