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으로 전환돼 10년 가까이 한 회사에서 일한 직장인 A씨는 최근 “파견회사로 이동하거나 다른 팀으로 옮기라”는 회사의 통보를 받았다. 일방적으로 고용형태를 바꾸는 것에 A씨가 반대하자 회사측은 권고사직을 종용했다. A씨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남들이 꺼리는 궂은일도 열심히 했고, 일하다 다쳤을 때도 혼자서 처리했는데 갑자기 용역업체로 옮기게 생겼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은 10일 직장인들의 제보를 분석한 결과 직장인 삶 개선을 위해 제시된 대선공약 70개 중 50개가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 체불, 부당해고 등 직장갑질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독서실 야간총무 아르바이트로 매일 7시간 이상 일한 B씨는 임금을 체불한 독서실 사장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B씨는 “실제 체불임금은 400만원이 넘지만, 근로감독관이 하루에 2~3시간 일한 것으로 치고 120만원에 합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실체가 없는 유령 근로자 대표를 내세우거나, 실업급여를 못 받게 하는 갑질도 나타난다. 중견회사에 근무하는 C씨는 “최근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1분기 매출이 줄어들어 직원들의 월급을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며 “회사 내 노조가 없는데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문재인 정부가 내건 직장인 공약 중 직장인들의 삶에 영향이 적은 20여개 공약만 실현됐다”며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도입, 용역업체 변경시 고용·근로조건 승계 의무화, 자발적 이직자 실업급여 지급 등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한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안 마련, 포괄임금제 규제, 장시간노동 사업장 특별근로감독 실시, 임금채권 소멸시효 연장 등은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