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낡은 지하철역들이 벼룩시장과 카페, 전시장 등 문화공간을 품고 재단장한다.
서울시는 노후 지하철역 14곳의 승강장과 대합실, 남는 공간을 ‘문화예술철도’ 공간으로 꾸민다고 10일 밝혔다. 5호선 영등포시장역과 5·7호선 군자역, 1호선 8곳과 4호선 4곳 역사에 내년까지 총 2640억원을 투입한다.
영등포시장역의 경우 ‘시장의 재발견’을 주제로 역내 벼룩시장과 카페, 전시장을 설치한다. 이곳이 공구와 완구 청과 등 전통적 도매상권이 발달한 곳이면서, 문화시설이 발달한 문래 창작촌과 인접한 곳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지하 1~6층 공간 중 지하 1층 현 대합실은 벼룩시장이자 지역 문화 전시장인 ‘로컬 크리에이터 마켓’으로 조성된다. 지하 2층 옛 역무실 자리는 카페, 지역주민들의 회의실, 지역 영상 광고 상영장으로 구성된 ‘로컬 크리에이터 라운지’로 꾸민다. 같은 층 상가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실, 촬영 스튜디오 등으로 이뤄진 ‘로컬 크리에이터 랩’으로 조성한다. 또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정면 벽면에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계단미술관’을 설치한다.
군자역의 경우 일부 구역을 ‘열린 미술관’으로 만든다. 또 5호선 승강장의 남는 공간들을 미디어 전시공간으로 조성한다.
냉방시설과 기계·전기설비 상태가 열악한 서울역과 한성대입구역 등 4호선 4곳의 경우 이들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보수 공사를 우선 시행한다. 이와 함께 서울역의 경우 ‘역사의 기둥, 미래를 향해 열린 공간’을 주제로 역사 내 보행공간을 넓힐 계획이다. 대학로와 가까운 한성대입구역의 경우 ‘무대’를 주제로 승강장 곳곳에 공연 상영장을 마련한다. 쌍문역은 ‘기억의 재구성’을 주제로 타일벽화를 꾸민다. 미아역은 ‘허브’를 주제로 역사 계단 옆면 손잡이에 독특한 디자인을 접목한다.
종로5가역과 동대문역, 신설동역 등 1호선 역사 8곳의 경우 역사 출입통로와 승강장, 대합실의 낡은 디자인과 마감재를 교체하는 데 집중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