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의 희비… ‘웃는 CEO’-‘우는 CEO’는 누구

입력 2020-05-10 15:50 수정 2020-05-10 16:07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지난 3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그달 23일부터 닷새 간 현대차 406억원(58만1333주), 현대모비스 411억원(30만3759주) 등 총 817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코로나 쇼크로 두 종목의 가격이 52주 최저가 수준까지 떨어지자 과감하게 ‘자사주 매입’에 베팅한 것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매입으로 지난 8일 종가 기준 267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평균 매수 단가는 현대차 6만9793원, 현대모비스 13만5294원. 현재 두 종목의 가격은 각각 9만4500원, 17만6000원에 달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자사주 매입으로 현대차 지분(1.81→2.62%)과 현대모비스 지분(0.00→0.32%)을 늘렸을 뿐 아니라 32.7%의 수익률(약 267억원)까지 기록하게 됐다.

지난달부터 증시가 반등세를 보이며 자사주 매입을 선택한 최고경영자(CEO)들이 높은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월 23∼24일 자사주 86억원어치(26만3000주)를 매수했다. 매수 당시 3만2623원이던 주가는 지난 8일 기준 4만8500원까지 회복됐다. 그의 수익률은 48.7%(약 42억원)에 달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 3월 20일 롯데지주 주식 10억원어치(4만7400주)를 사들였는데, 매입 당시 2만1052원이던 주가가 3만8750원까지 오르며 84.1%라는 높은 수익률을 봤다.

다만 자사주 매입에 나선 CEO들이 최근까지 모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건 아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월과 4월 자사주 1만주를 두 차례에 걸쳐 약 8600만원에 매수했지만, 현재 평가액은 8100만원 수준으로 5.9%의 손실률을 보였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과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도 지난 3월 중순 자사주를 각각 7700만원, 8100만원어치 매입했지만 수익익률은 0.1~3.5% 수준에 머문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