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 옛 용인시보건소 건물에 위치한 ‘반딧불이 문화학교(이하 반딧불이)’ 1층 한 교실에서는 ‘생활 속 거리두기’ 행동수칙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교사가 “밖에 외출할 때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에요”라고 일러주자 성인 발달장애인 학생 5명은 “마스크는 필수! 필수!”라고 따라 외쳤다. 수업은 손세정제 제작실습으로 이어졌다. 저마다 만든 손세정제를 손에 뿌려보면서 장애인 학생들은 뿌듯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행복한 세상’을 슬로건으로 내건 반딧불이는 2003년 6월 설립됐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박인선 교장이 장애인 문화교육 사각지대를 없애보겠다며 뜻있는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얻어 시작한 일이었다. 박 교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계속 소리를 지르니까 어디 학원에 보낼 수도 없고, 답답한 마음에 직접 장애인 교육시설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딧불이가 지금 건물에 들어오게 된 건 2006년 12월의 일이다. 그전까지는 용인시 노동복지회관 3층 사무실 한 칸을 빌려서 교육공간으로 썼는데, 용인시에서 당시 공실로 비어있던 옛 용인시보건소 건물을 쓰라며 무상으로 내어줬다.
그렇게 반딧불이는 14년간 낡은 보건소 건물을 장애인 문화교육을 위한 거점으로 아기자기하게 가꿔왔다. 1층에는 교실 2개와 작은 도서관을 들였고, 3층은 목공예 수업과 원예치료수업이 가능한 공간으로 꾸몄다. 옥상에는 텃밭이 군데군데 들어섰고, 옛 창고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지금까지 1000여명의 장애인 학생과 비장애인 봉사자가 반딧불이를 거쳐 갔고, 올해도 200여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그러나 반딧불이는 그동안 정성으로 가꿔온 이 공간에서 당장 나가야 할 처지다. 용인8구역 재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6월 말까지는 건물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다. 대체장소를 물색해보고 있지만 현실의 벽이 높다. 박 교장은 “비슷한 규모의 장소를 알아봤더니 매달 700만~800만원의 월세를 부담해야 하는데, 비영리단체인 반딧불이가 감당하기가 힘든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조건이 맞아도 장애인 단체라는 얘길 들으면 건물주가 손을 내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두 달 안에 적절한 대체 공간을 찾지 못하면 반딧불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박 교장과 직원, 장애인 학생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중학생이던 2010년부터 반딧불이에 다녔고, 현재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자로 행정업무를 배우고 있는 지적장애인 김하나(25·여)씨는 “제게 반딧불이는 집과 같은 곳”이라며 “6월이 지나면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데, 누구에게 얘기해야 하는 거냐”고 안타까워했다.
기댈 곳은 지자체뿐인데, 용인시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있지만 여의치가 않다. 용인시 관계자는 “시가 보유한 공공건축물 중에 적절한 대체 공간을 찾기가 어렵고, 임차료 지원도 용인시 내 다른 10여개 장애인단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책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에서는 향후 3년간 월 200만원의 임차료 지원책을 제시한 상태다.
박 교장은 “용인시의 노력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반딧불이를 꾸려나가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문화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인들이 지금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된 장애인과 학부모, 재능기부를 해 왔던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반딧불이 이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SNS 상에서 캠페인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