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집에 머물며 근무…사무실 나갈 수도”
레드필드 CDC 국장, 한 FDA 국장도 자가격리
확진 판정 받은 밀러 대변인, ‘슈퍼 전파자’ 우려
추가 자가격리 나올 수도…백악관 ‘초비상’
미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주도하는 보건당국 책임자 3명이 자가격리·재택근무 또는 ‘완화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반박하면서 미국인들의 신뢰를 받았던 앤소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앞으로 2주 동안 ‘완화된 자가격리(modified quarantine)’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CNN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백악관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인사에 노출돼 2주 동안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고 CDC가 이날 발표했다.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자가격리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컨트롤센터가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 책임자들의 공백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도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건 책임자들의 자가격리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인 케이티 밀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여파다. 뉴욕타임스(NYT)는 밀러 대변인이 보건 당국자들이 참여하는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 국장이 접촉했던 코로나19 확진자는 밀러 대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우치 소장과 레드필드 국장이 접촉한 백악관 인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밀러 대변인이거나 밀러 대변인과 가까이 있었던 인사일 가능성이 크다.
밀러 대변인이 백악관 내에서 ‘슈퍼 전파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백악관 인사와 ‘낮은 위험(low risk)’의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확진자와 매우 가까이 있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파우치 소장은 ‘완전한 자가격리’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주로 집에 머물면서 마스크를 쓴 채 통신 수단을 이용해 코로나19 대응 임무를 계속할 예정이다. 또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NIAID에 출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파우치 소장은 8일 받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래드필드 국장도 현재 코로나19 증상이 없다고 CDC는 밝혔다. 한 국장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FDA는 설명했다.
자가격리 등에 들어간 이들 3명의 보건 책임자들 외에도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 등 핵심 당국자들이 추가로 자가격리를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 백악관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파우치 소장과 한 국장, 레드필드 국장은 12일 상원에서 열릴 코로나19 대응 청문회에 참석하는 것도 불투명해졌다. 다만, 파우치 소장은 백악관이나 의회에서 부를 경우 코로나19 전파를 막을 수 있는 모든 채비를 다 갖추고 찾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슈퍼 전파자’ 의심을 받는 밀러 부통령 대변인은 백악관 사내 커플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 이민정책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부인이다.
NYT는 밀러 선임보좌관이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고 보도했다. 밀러 대변인 부부가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에게도 코로나19를 전파했을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2차 세계대전 전승 75주년 헌화식’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으로 참석해 또다시 논란을 자초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