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검체 샘플 5만개를 몰래 미국으로 보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일요판인 선데이텔레그래프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은 코로나19 사망자가 세계 두 번째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자 일일 검사량 목표를 10만건으로 올리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연구소들의 검사 역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미국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다.
영국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 8일 밤 인정했으며, 해당 검체는 지난주 런던 북부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전세기를 통해 미국 남부의 한 대학 연구소로 전달됐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말 각 가정에 검진 키트 4만개를 우편으로 발송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지난 일주일 동안 검사 목표량을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영국정부는 지난 7일 북아일랜드의 한 연구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검체 수만건을 미국으로 보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기업 랜독스가 운영하는 상업 연구소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최근 정상화됐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 초 약 5만건의 검체를 미국의 연구소로 보냈다”며 “최종 결과 확인은 영국에서 한 뒤 환자들에게 결과를 최대한 빨리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 검사가 지연된 것은 연구소 네트워크에 운영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해결하고 있으며 검사 역량이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주 보리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일일 20만건을 검사하고 추후 더욱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세계 코로나 관련 통계를 종합하는 존스홉킨스 대학에 따르면 10일 현재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1만6525명이며, 사망자는 3만1662명이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