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강제로 입맞춤을 하고 추행한 뒤 “합의 행위”라고 주장한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씨에게 지난 8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했다.
전씨는 지난해 4월 피해자 A씨와 헤어진 뒤 A씨를 지속해서 스토킹했다. 전씨는 같은 해 5월까지 약 한 달간 화요일과 토요일마다 A씨의 집에 찾아가 벨을 눌렀다. 또 A씨가 다니던 학원까지 쫓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같은 해 7월, 전씨는 평소 알던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A씨의 집 문 앞에 찾아가 벨을 눌렀다.
‘택배가 올 예정’이라는 택배기사의 문자를 받은 상태였던 A씨는 택배기사가 벨을 누른 줄 알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전씨는 A씨를 덮쳐 껴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A씨가 “소리 지르겠다”며 저항하자 전씨는 현관문을 닫고 A씨에게 강제로 입을 맞춘 뒤 바지를 벗기려고 했다.
전씨는 재판에서 “피해자 승낙을 받고 집에 들어갔고 합의 하에 입을 맞췄다”며 “피해자를 바닥에 눕히거나 하의를 벗긴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하며 “피해자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며 “피해자가 법정 진술에 임하는 모습이나 태도에 비춰봐도 이같은 진술을 거짓으로 꾸며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과 피해자는 결별한 지 3개월이 지났고 그동안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접촉을 명백히 거부했던 만큼 연락도 없이 찾아온 피고인을 집 안에 들였다는 내용은 개연성이 높지 않고 두루뭉술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조사 증거를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집 안에 들어간 다음 피해자를 바닥에 강제로 눕혀 입을 맞추고 하의를 벗기는 등의 추행을 시도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죄질이 가볍지 않고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성폭력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