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브라질 코로나19 사망자 1만명…대통령은 제트스키 즐겨

입력 2020-05-10 10:59
브라질 국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만명을 넘은 9일(현지시각),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제트스키를 타며 마스크 착용 없이 외부 일정을 보낸 사실이 보도돼 논란이 일고 있다. 브라질 글로보TV 캡처

브라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만명을 넘은 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제트스키를 탄 사실이 알려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와 대법원은 국가적인 애도의 날을 선포했지만, 정작 대통령은 마스크를 전혀 착용하지 않는 등 자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전혀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9일(현지시간) 글로보TV 등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파라노아 호수에서 제트스키를 타며 물놀이를 즐겼다.

브라질 글로보TV 캡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뒷좌석에 안전요원을 태운 채 자신이 직접 제트스키를 운전했으며,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다.

브라질리아 당국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대통령이 지키지 않은 것이다.

브라질 글로보TV 캡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제트스키를 탄 곳은 대통령 관저에서 가까운 요트장으로, 지지자로 보이는 주민 10여명이 모여 있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제트스키를 근처에 있던 요트에 가까이 댄 뒤 탑승자들과 인사를 나눴고, 탑승자 가운데 한 명이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에 불만을 터뜨리자 코로나19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공감했다.

브라질 글로보TV 캡처

또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정치인과 각료들을 초청해 바비큐 파티를 하려다 거센 비난이 제기되자 취소한 바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7일 대통령궁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파티 계획을 밝혔으며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일정 아니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브라질 언론은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인용,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바비큐 파티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에 취소됐다고 전했다.

대표적 시민단체인 브라질자유운동(MBL)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바비큐 파티를 하면 최소 10만 헤알(약 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바비큐 파티 계획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이어지자 대통령 측근들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급히 수정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동영상을 통해 그대로 남아 있음에도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통해 “바비큐 계획은 거짓이다”며 언론이 만들어낸 가짜뉴스라고 변명했다. 취재진을 멍청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편, 이날 브라질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5만5939명, 사망자는 1만62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사망자는 미국·영국·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에 이어 6번째로 많은 수치이다.

사망자가 1만명을 넘었다는 발표에 하원과 상원, 연방대법원은 사흘의 애도 기간을 갖기로 선포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