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오창이 1조원 규모의 대형 국가연구시설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입지로 확정되면서 충청권이 미래 신산업 핵심 거점지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로 기초과학 연구에 사용하는 거대 가속기들과 달리 방사광가속기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폭넓게 사용되고 요구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10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청권은 청주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와 대전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각종 연구기관이 집적돼 있어 방사광가속기의 연구성과 확산과 산업적 활용도가 높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84.9%, 의약품·의료기기의 58% 등이 충청권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방사광가속기가 구축되면 청주 오송과 대전 대덕을 연결하는 바이오벨트가 완성되고 청주와 충남 천안·아산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할 것으로 충북도는 기대하고 있다. 중부권을 중심으로 한 가속기 연구 성과가 전국으로 골고루 확산해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도는 또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기업 유치와 관련 연구기관 집적, 도시 인프라 확대를 통한 획기적인 지역발전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충북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바이오, 에너지 등의 성장을 이끌고 4차 산업혁명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최첨단 과학도시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도는 이를 위해 방사광가속기 구축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조속히 부지를 조성해 세계 수준의 방사광가속기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가 자기장 속을 지날 때 나오는 빛을 이용하는 장치로 초정밀 현미경 역할을 한다. 바이오헬스와 반도체, 에너지, 첨단기계·부품산업 등 미래신산업, 핵심원천기술 개발에 두루 사용된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와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등의 개발에 방사광가속기가 이용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우선협상 대상자로 청주 오창을 선정했다. 과기부와 충북도, 청주시는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적인 지원 조건과 사업 추진 방향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마련해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차질 없이 사업이 추진되면 2022년 이전에 구축에 착수, 늦어도 2028년에는 운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방사광 가속기가 들어설 청주 오창테크노폴리스(53만9000㎡)는 고속도로·고속철도(KTX)에 인접해 있어 교통 여건이 좋고 수도권 등 전국에서 2시간 이내 접근할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비는 국비 8000억원, 지방비 2000억원 등 총 1조원에 달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했을 때 지역에 6조7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2조4000억원의 부가가치유발 효과, 13만70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충북은 2008년 경북 포항에 밀려 한 차례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실패한 바 있지만 12년간의 노력 끝에 2009년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이은 대형 국책사업 유치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시종 지사는 “충북은 2008년 방사광가속기 유치 실패 이후 지난 12년간 많은 준비를 해왔고 역량을 키워 온 준비된 재수생”이라며 “청주 방사광가속기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설비로 그 위상을 높이고 연구성과가 전국에 골고루 확산해 균형 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방사광가속기 유치로 충북이 4차 산업을 이끌 단초를 마련하게 됐다”며 “지역 기업인들과 손을 합쳐 백년미래 청주를 앞당기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