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개막 첫 주부터 심상치 않은 질주를 펼치고 있다. 미국인 투수 애드리안 샘슨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생긴 마운드의 혼란을 팀 타율을 3할대(0.313)로 고정한 화력과 4승 중 3승을 역전으로 일군 뒷심으로 극복하며 ‘전승 선두’로 치고 올랐다. 지난 시즌을 최하위로 끝낸 언더독이 올 시즌 초반 최고의 다크호스로 탈바꿈한 셈이다. 롯데는 개막전에서 아쉽게 선발승을 수확하지 못한 투수 댄 스트레일리를 다시 선발로 앞세워 개막 첫 주 전승에 도전한다.
롯데는 10일 오후 2시 부산 사직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홈 개막 3차전을 갖는다. 지난 9일 오후 5시 같은 장소에 편성됐던 경기는 부산에서 한때 50㎜로 측정된 강우로 취소됐다. 기상청 일기예보를 보면 이날 경기는 정상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사직구장 소재지인 부산 동래구에서 이날 오전에 구름이 짙지만 오후부터 맑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곳의 강수 확률은 낮 12시까지 30%, 오후 3시에 20%, 오후 6시에 0%로 예보돼 있다.
롯데의 입장에선 적기에 비가 쏟아졌다. 롯데 마운드는 허문회 신임 감독이 지난 3일 방송된 화상 미디어데이에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개막전 선발을 결정하지 못할 만큼 올 시즌을 불안하게 출발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샘슨이 개막 직전에 부친의 병환으로 미국을 다녀오면서다. 샘슨은 지난 7일에 입국해 2주간 자가 격리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롯데 선발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겼다.
롯데는 전날 2군에서 추천을 받은 장원삼을 선발로 세울 예정이었지만, 경기는 우천 취소됐다. 롯데는 마운드 운용에 변수를 주지 않고 이날 제1선발 스트레일리를 선발로 투입하게 됐다. 스트레일리는 지난 5일 개막전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5.2이닝을 3피안타 2실점으로 막고 승패 없이 내려왔다. 메이저리거 출신인 스트레일리는 이날 KBO리그 첫승에 도전한다.
롯데의 불안정한 마운드를 극복한 것은 타선이다. 롯데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팀 타율 3할대를 유지하고 있다. 팀 득점도 4경기 합계 32점으로 가장 많다. 경기당 8점을 뽑아낸 셈이다. 특히 6회 이후의 득점이 많다. 그렇게 세 번의 역전승을 일궈냈다.
지난 8일 SK와 홈 1차전은 롯데 타선의 시즌 초반 뒷심이 진가를 발휘한 경기였다. 롯데는 1-6으로 뒤처진 6회말 전준우의 솔로 홈런을 포함해 3점을 뽑고 추격전을 시작했고, 7회초 2점을 빼앗겨 4-8로 점수가 벌어진 같은 회 말 이대호의 투런 홈런으로 다시 3점을 따라갔다. 롯데의 하위 타선에서 중심을 잡는 딕슨 마차도는 8회말 왼쪽 담장을 넘긴 솔로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연장 10회말 5번 타자 안치용에서 시작된 롯데 타선은 불을 끄기 위해 투입된 SK 불펜을 흔들고 끝내기 폭투를 이끌어내 9대 8로 역전승했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에서 마차도, KIA 타이거즈에서 안치홍을 각각 영입했다. 그 결과로 쉬어갈 틈이 없는 타선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병헌-전준우의 ‘테이블세터’ 라인을 지나면 손아섭-이대호-안치홍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등장하고, 정훈-마차도가 하위 타선에서 적절하게 중심을 잡아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마차도는 지난 4경기 합계 6안타(2홈런) 6타점 타율 0.400으로 중심타자 못지않은 타격력을 선보이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