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트럼프 대응은 재앙…그래서 바이든이 승리해야”

입력 2020-05-10 10:01 수정 2020-05-10 13:06
오바마, 옛 참모들과 통화서 트럼프 맹비난
“트럼프 코로나19 대응은 완전한 혼돈의 재앙”
“바이든 선거운동 열심히 도울 것”
백악관 “트럼프, 많은 생명 구해” 반박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당선인 신분이었던 2016년 11월 10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만났던 모습. AP뉴시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 대해 “완전한 혼돈의 재앙(absolute chaotic disaster)”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어 “코로나19 대처는 글로벌 위기상황에서 왜 강한 리더십의 정부가 필요한지를 상기시켜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CNN방송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과 오바마 행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참모들과 8일 30분 동안 전화 통화를 했던 음성파일을 입수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통화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최고의 정부가 대응해도 (결과가) 나쁠 수 있다”면서도 “‘내게 무슨 이익 되는지’, ‘다른 사람에겐 관심이 없다’는 사고방식이 우리 정부에서 작용하면서 ‘완전한 혼돈의 재앙’이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 “이번 대선은 단순히 특정 개인이나 정당에 대한 싸움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기적이고 부족적이며 분열적이고 다른 사람들을 적으로 보는 오랜 경향과 싸운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것이 내가 조 바이든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쓰고,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이유”라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어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기소를 취하하기로 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결정과 관련해선 “법치가 위험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러시아 스캔들’ 수사 당시 허위 진술 혐의로 기소됐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전임 행정부 비난에도 공개적 맞대응을 삼가왔다. 이날 공개된 통화는 비공개 논의이기는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내놓은 언급 중 가장 강도 높은 것이라고 CNN방송은 평가했다.

그러면서 CNN은 이번 통화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 선거운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의도가 깔려있었다고 분석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판을 일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은 전례가 없는 것이며, 많은 미국인들의 생명을 구했다”고 주장했다. CNN은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은 이번 통화내용 공개에 대해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서로를 돌보는 정신이 정부에도 있어야 한다”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바이든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임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지선언에서 “바이든을 부통령으로 택한 것은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면서 “바이든이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모든 자질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치켜세웠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