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안 쓰는 트럼프…부통령 대변인, ‘슈퍼전파자’ 우려

입력 2020-05-10 07:59 수정 2020-05-10 08:39
밀러 부통령 대변인, 코로나19 확진 판정
밀러와 접촉한 식품의약국장도 ‘자가격리’
트럼프, 2차대전 전승행사서도 마스크 안 써
95세 이상 참전용사들도 마스크 안 써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이 부인 멜라니아(가운데) 여사와 함께 8일(현지시간) 워싱턴의 2차 세계대전 기념비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전승 75주년 헌화식’에 참석해 경례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사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참석해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뒤편에 있는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7명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다. AP뉴시스

미국 권력의 중심 백악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뻥 뚫렸다. 최근 들어 케이트 밀러 부통령 대변인을 포함한 백악관 직원 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특히 밀러 대변인이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회의 등 백악관 주요 회의에 자주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밀러 대변인이 백악관 내의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로버트 레드필드 CDC국장이 백악관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인사에 노출됐다”면서 “그가 2주 동안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서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8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한 국장이 접촉했던 코로나19 확진자는 밀러 대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CDC는 레드필드 국장이 접촉했던 코로나19 양성 백악관 직원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밀러 대변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밀러 대변인과의 접촉을 통해 백악관과 미국 정부 내에서 자가격리자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책임지는 보건 당국자들의 공백도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백악관 직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해 마스크 착용을 기피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케이트 밀러(오른쪽) 부통령 대변인과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보좌관 부부. AP뉴시스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인 케이티 밀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은 8일 알려졌다.

밀러 대변인은 백악관 사내 커플.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 이민정책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부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밀러 선임보좌관이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회의를 갖는 등 가까운 거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했다고 전했다.

밀러 대변인 부부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펜스 부통령까지 코로나19에 감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 7일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식사·음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파견 군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백악관 직원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개인 비서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과 관련해 “그것(코로나19)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파견 군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백악관 참모들도 매일 검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NYT는 “백악관 참모들과 접촉이 빈번한 백악관 부속의 아이젠하워 행정동 직원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덜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구멍이 뚫릴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2차 세계대전 전승 75주년 헌화식’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으로 참석했다.

이날 헌화식에는 95세 이상의 2차 대전 참전용사 7명이 참석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노년층인 참전용사들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아 논란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참전용사들을 코로나19에 노출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책임론’이 커질 것을 우려해 마스크 쓰는 것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마스크 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 소재로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하니웰 마스크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하니웰 공장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38일 만의 외부 활동 재개였다.

NYT는 ‘과연 백악관은 코로나19에 안전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대통령은 다른 사람 행동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NYT는 이어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