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교통사고 당하고 오히려 감사하다네요”

입력 2020-05-09 15:30 수정 2020-05-10 10:06
연합뉴스(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구급차 운전자가 환자를 이송하던 중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운전자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 아침에 교통사고를 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119 구급차 운전자입니다. 이날은 이른 아침부터 출동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한 시민이 빌딩 3층에서 추락해 의식을 잃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구급차 두 대가 도착했습니다. 구급 대원들은 의식을 잃은 환자를 구급차에 태우고 근처 외상센터로 출발했습니다.

작성자는 환자를 실은 구급차를 뒤따라 운전 중이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삐이이이익. 앞서 운행 중이던 구급차가 굉음을 내더니 갑자기 고장이 났습니다. 환자는 작성자의 차로 이송해야 했습니다.

작성자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자칫하면 환자의 목숨이 위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이드미러만 대충 확인하고 바로 후진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또 다시 ‘쿵’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는 뒤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아반떼 차량을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급하게 운전석에서 내렸습니다. 피해 차량 운전자는 많이 놀란 듯 했습니다. 작성자는 정중하게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지금 중증외상환자가 있어 빨리 이송해야 한다고, 나중에 꼭 다시 연락달라고 말했죠. 작성자는 환자를 향해 달려갔고 다행히 외상센터에 빠르게 도착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후 작성자는 아반떼 운전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고, 사고 처리 해드릴테니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했죠.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괜찮습니다. 왠만하면 제가 알아서 해결해볼게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고생 많으십니다”

작성자는 그래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반떼 차량 주인에게 치킨 기프티콘을 선물했습니다. 해드릴 것은 없고 저녁에 치킨 한 마리 드시라는 글과 함께 말입니다.

아반떼 주인의 답변은 역시 한결 같았습니다. “뭐 이런걸 다… 괜찮습니다. 항상 노고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작성자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열심히 일할 이유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감사한 분을 만나서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더 열심히 일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해야겠습니다. 세상엔 좋은 분들도 참 많네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