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지켜본 K리그 개막…‘해결사’ 이동국 빛났다

입력 2020-05-08 21:23
8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공식 개막전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경기에서 전북현대 이동국 선수가 골을 성공시키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개막전에서 디팬딩챔피언 전북 현대가 지난해 FA컵 우승팀 수원 삼성에 신승을 거뒀다. 경기장에는 녹음된 전북 서포터즈의 응원가가 울러퍼졌다. 베테랑 이동국은 헤딩 결승골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축구 종주국 영국까지 들린 ‘전북 승리하라’ 응원가

전북과 8일 전북 전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개막전을 맞아 수원을 불러들인 끝에 후반 들어 터진 이동국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날까지 중계권 판매업체 스포츠레이더를 통해 영국과 독일 호주 중국 러시아 등 총 36개국에 K리그가 중계된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앞서 한국시간으로 8일 오전 홈페이지에서 개막전을 생중계 할 예정이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모리아스 전북 감독은 “고국 포르투갈 방송국들이 개인적으로 중계권 관련해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장에는 이색적인 풍경이 여럿 보였다. 양팀 선수단과 코치진, 구단 직원과 취재진은 앞선 연습경기에서처럼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 건물로 들어섰다. 경기 두세시간 전부터 이미 경기장 주변에 보안요원들이 대기하며 외부에 팬들이 모이는 걸 방지했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서포터즈와도 사전에 외부에서 모이는 일이 없도록 조율했다”고 말했다. 경기장 북측의 홈 관중석에는 “여기는 전주성이다” “선방요전 송범근” 등 팬들이 전날 미리 내건 현수막이 걸렸다. 입장하는 선수들은 경기 시작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반가운 표정으로 서로를 향해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전북 구단에서는 사전에 녹음된 서포터즈의 실제 응원음성을 경기 중에 내보내 실제 경기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려 시도했다.

경기 전반은 수원의 방패를 전북의 창이 좀체 뚫어내지 못하는 양상이었다. 이임생 수원 감독이 스리백으로 두텁게 구축한 수비진은 전북에게 위협적인 기회를 거의 허용하지 않았다. 초반 탐색전을 벌이던 전북은 점차 라인을 위로 올리며 공격을 시도했으나 캐나다 출신 수비수 헨리를 중심으로 구축된 수원의 수비가 워낙 탄탄했다. 우측면에서 김보경이 전방과 후방을 오가며 공격 활로를 뚫으려 노력했지만 전방의 조규성까지 이어지는 일이 드물었다. 핸리는 마지막 전북의 키패스를 끝까지 차단하면서 찬스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다.

해결사 이동국, ‘코로나 시즌’ 첫 득점자로

전북은 상주 상무로 이적한 문선민과 권경원의 빈자리가 커보였다. 왼측면에 있는 외국인 선수 무릴로는 패스 한두차례를 제외하면 경기에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원톱으로 나선 조규성 역시 폭넓은 움직임을 가져가긴 했지만 효율적이지 못했다. 후반 초반까지 공격이 풀리지 않자 전북의 모리아스 감독은 후반 15분 베테랑 이동국과 새로 영입한 쿠니모토를 투입하고 무릴로, 조규성을 교체아웃 시켰다. 전반 조금씩 떨어지던 빗방울은 후반 들어 더 굵어졌다.

전북의 공세는 결국 결실을 맺었다. 후반 37분 상대 오른쪽 코너킥을 가까운 골목 쪽에서 뛰어오른 이동국이 그대로 헤딩으로 꽂아넣었다. 다소 답답했던 전북의 공격을 한번에 뚫어주는 슈팅이었다. 이동국의 시즌 개막 첫 득점은 2012년과 2018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수원은 앞서 후반 29분 전북 미드필더 손준호에게 수원 안토니스가 축구화 바닥을 든 채로 발목을 향해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해 그대로 퇴장, 1명이 모자란 상태였다. 경기가 끝난 뒤 전북 선수들은 전북 서포터즈석에 설치된 카메라를 향해 박수를 보내며 승리를 자축했다.

경기는 전북의 승리로 끝났지만 양팀에 숙제를 남겼다. 전북은 지난해에 비해 공격력이 눈에 띄게 무뎌진 모습이었고, 수원은 후반이 끝날 때까지도 지난해 득점왕이었던 타가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임생 수원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실점하기 전까지는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생각하지만 공격 진행 과정에서는 아직 보완해야 될게 많은 듯하다”면서 “퇴장으로 수적 열세로 경기 흐름 바꾸기 역부족이었다”고 자평했다.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공격 면에서 아쉬웠지만 첫 단추를 잘 꿰매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주=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