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건강한 사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갑작스레 사망하는 이유로 지목된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의 통제 실마리를 미국 연구진이 발견했다.
8일 미국 사이언스 데일리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났을 때 면역계 세포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한 논문을 ‘임상연구 저널통찰(JCI Insight)’에 발표했다. 이 저널은 미국 임상연구학회가 발행하는 동료 심사 국제 학술지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바이러스 등에 감염됐을 때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되면 정상 세포들의 DNA가 변형되며 2차 감염이 일어난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희소 림프계 질환인 캐슬맨병(Castleman Disease)이다. 캐슬맨병은 림프계 세포의 과다 증식으로 거대 림프샘이 생기는 병이다. 이것은 세포 증식 장애, 림프종, 카포시 육종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모든 연령대에 걸쳐 한해 약 5000명이 캐슬맨병 진단을 받는데, 이 숫자는 루게릭병(ALS·근위축성 측생경화증)과 비슷하다.
캐슬맨병 중 가장 위험한 유형인 다중심 캐슬맨병(iMCD)은 자가면역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병에 걸린 환자 중 약 35%가 간, 심장, 신장, 폐 등의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5년 이내에 사망한다. 연구진은 아직 증상이 없는 iMCD 환자와 중증상자 iMCD 환자의 혈액 표본을 각각 채취해 면역세포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자세히 관찰했다.
연구팀은 앞서 사이토카인 폭풍이 염증 매개 물질인 인터루킨(IL)-6와 관련돼 있고, 인터루킨(IL)-6는 다시 mTOR 신호 경로와 연관돼 있다는 걸 확인했다. mTOR은 포유류 등 동물에서 세포 내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이 시작하면 일군의 1형 인터페론이 고도로 활성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울러 수용체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JAK가 사이토카인 폭풍의 핵심 매개 요인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연구팀은 현재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개발한 mTOR 억제제에 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데이비스 파이겐바움 중개 의학·인간 유전학 교수는 “iMCD의 경우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병 자체보다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은 과잉 면역반응이 더 위험하다”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면역세포가 왜 제멋대로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어떻게 하면 다시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라고 말했다.
파이겐바움 교수는 mTOR 억제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전략이, 코로나19의 치사율을 높이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치료하는 새로운 길이 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