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의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용인 66번’ 환자(29)에게서 코로나19 진단검사 당시 매우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방역 당국이 밝혔다. ①전파력이 매우 강한 상태로 ②밀접접촉이 불가피한 밀집·폐쇄 공간에서 ③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활동했고 ④이태원 일대를 굉장히 많이 돌아다닌 터라 확산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8일 브리핑에서 “5월 2일 새벽 0시~4시 사이에 (용인 66번 확진자가 방문했던) 킹클럽, 트렁크클럽, 퀸클럽 등 3개 업소가 아니더라도 이태원에 있는 클럽이나 주점 등의 유흥시설을 방문하신 분 중에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관할 보건소 또는 1339를 통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유는 “(용인 66번) 확진자의 동선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편의점 식당 등 방문한 곳이 많고, 그러느라 다닌 길도 많아서 잠깐 들른 업소에서나 거리 이동 중에도 감염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용인 66번 확진자가 어디서 감염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그가 발병 이전에 접촉한 사람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해외유입을 통한 감염과는 무관하다”며 “어디선가 감염된 (용인 66번)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명에게 2차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이나 부산의 유흥업소에서도 최근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집단감염으로 이어지진 않았었다. 이와 달리 이태원 클럽에서 감염 확산이 이뤄진 이유로 정 본부장은 3가지를 꼽았다. 먼저 용인 66번 확진자가 클럽을 찾은 시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가장 강한 발병 초기였다. 5월 2일부터 발병했는데 그날 새벽 클럽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또 클럽 입장을 위해 대기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안에 들어가서는 착용하지 않았다. 더욱이 그가 방문한 클럽은 환기가 안 되는 굉장히 밀폐된 곳이었고 아주 밀접한 접촉을 하는 시설이었다. 정 본부장은 “저희가 가장 우려했던 밀폐시설, 밀집시설, 밀접접촉의 위험한 조건들이 다 갖춰졌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인 66번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에 방문했던 1일 밤부터 2일 새벽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때였다. 유흥업소가 영업을 할 수는 있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입장해 활동해야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1~2m의 거리를 유지하는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하는 행정명령이 유효했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시민들이 황금연휴를 맞아 외부 활동에 나서던 시점이라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방역 당국은 그가 이태원 클럽 세 곳에 1500여명이 방문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클럽에서 감염된 추가 확진자들의 연령은 19~37세였다. 젊은이들이어서 대부분은 초기 호흡기 증상이나 발열 증상을 보이는 경증 상태이고 일부는 확진됐지만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