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3월 말부터 ‘기자 불러달라’ 요청”

입력 2020-05-08 15:54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7일 오후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단체를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오래 전부터 자신의 의지로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비판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자청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의기억연대 등은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직후 “누군가가 할머니를 부추겨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는 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할머니가 자신의 의지로 기자회견 개최를 도와달라고 알려왔다”면서 “4.15 총선 등이 있어 미뤄졌다가 이제야 기자회견이 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지난 3월 말부터 그에게 전화를 여러 번 걸어 ‘내 주변에는 날 도울 사람이 없다. 최 대표가 기자를 좀 불러달라’는 취지로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할머니에게 ‘기자를 부르는 목적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할머니가 연신 ‘기자들 앞에서 할 말’이라며 숨겼다”면서 “할머니 본인이 대구 남구에서 기자회견을 위한 찻집을 직접 섭외하는 등 기자회견을 전반적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자신 역시 이 할머니의 비판 내용을 현장에서 처음 들었다고 연신 강조했다. 그는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를 비판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갔다”면서 “(기자회견) 현장에서 할머니의 주장을 듣고 깜짝 놀랐다. 갑자기 준비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직후 정의기억연대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 대표는 “할머니가 기억력이 떨어지셨다는 등의 정의연 주장을 듣는다면 크게 화가 나실 것”이라면서 “윤 전 이사장과 정의기억연대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혁신하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기억연대 등에서 더한 주장을 내놓으면 자체적으로 기자회견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진상규명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모금한 성금의 사용 내역이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이사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 할머니가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 직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면서 “할머니께서 누구의 말을 듣고 저렇게 생각하신지 모르겠지만, 모든 성금은 투명하게 집행했고, 의혹 자체가 속상하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