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 스피커’ 김용범 기재1차관의 말말말…

입력 2020-05-08 14:39 수정 2020-05-08 14:48

“‘블랙스완(Black Swan)’이 상용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나아가 ‘네온스완(Neon Swan)’도 이제는 배제할 수 없는 시기가 됐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에서 백조(swan) 두 마리로 작금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블랙스완은 발생 확률이 낮아 예측과 대비가 어렵지만, 한번 나타나면 큰 충격을 야기하는 상황을 뜻한다. 스스로 빛을 내는 백조란 뜻의 네온스완은 절대 불가능한 상황을 일컫는다. 만약의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김 차관은 또 “과거 G7(주요 7개국), G2(주요 2개국) 등의 표현이 이제는 ‘G제로(0)’로 불리며 글로벌 리더십 약화를 상징하고 있다”고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세계경제의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속에서 김 차관의 발언의 톡톡 튀고 있다. 복잡한 경제 상황을 다양한 경제 신조어 등으로 알기 쉽게 진단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는게 특징이다. 코로나 방역 ‘스피커’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라면 ‘코로나 경제’ 분야엔 김용범 차관이 비견될 만하다.

김 차관은 지난 4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코로나 충격의 빠른 회복을 강조하면서 ‘포용적 회복력(inclusive resilience)’을 언급했다.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실질적인 개선과 회복을 강조한 것이다. 코로나19의 지역 감염 확산세가 두드러지던 지난 2월 말에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를 인용, “코로나19가 세계경제에 ‘바이럴 슬로우다운(viral slowdown)’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계량화하기 어려운 위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를 소개한 것이다.

생활 방역 등이 느슨해지는 조짐이 보일 땐 유명 인사의 어록을 곧잘 활용했다. 김 차관은 지난달 17일 “끝날 때 까지는 끝나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며 전설적인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말을 인용했다. 코로나 사태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당부였다. 2월 말에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말을 인용, “위기 시에는 가장 대담한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면서 정부가 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김 차관은 지난해 8월 취임때부터 ‘신조어 확성기’다운 면모를 보였다. 8월 20일 취임 뒤 첫번째로 주재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꼬리 위험(tail risk)’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꼬리 위험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실제 발생할 경우,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위험을 뜻한다.

야구 용어인 ‘키스톤 콤비(Keystone Combination)’도 등장하기도 했다. 키스톤 콤비는 2루수와 유격수가 2루 베이스 인근에서 펼치는 플레이를 말한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던 지난해 10월이었다. 김 차관은 “키스톤 콤비를 통한 정부의 경제활력 제고 의지를 믿어 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여기저기서 디플레이션 논란이 이어지자 김 차관은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경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그가 언급한 자기실현적 경제 부담이라는 표현은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에서 따온 용어다. ‘예언한 것이 현실에서 충족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현상’을 말한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가 없는데도 ‘디플레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계속 얘기하다 보면 실제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의 주요 발언 모음>

-“‘블랙스완(Black Swan)’이 상용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네온스완(Neon Swan)’도 배제할 수 없는 시기가 됐다.”(2020년 5월 8일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

-“과거 G7(주요 7개국), G2(주요 2개국) 등의 표현이 이제는 ‘G제로(0)’로 불리며 글로벌 리더십 약화를 상징하고 있다.”(5월 8일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

-“‘포용적 회복력(inclusive resilience)’을 한층 강화하는 혁신적 창조를 이루자.”
(5월 4일 거시경제금융회의)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산업구조 변화까지 망라하는 ‘코로나노믹스(Coronanomics)’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4월 3일 거시경제금융회의)

-“코로나19가 세계경제에 ‘바이럴 슬로우다운(viral slowdown)’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2월 24일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

-“‘퍼스트 펭귄’이라는 단어가 정책금융기관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2019년 12월12일 혁신성장 정책금융협의회)

-“‘키스톤 콤비(Keystone Combination)’를 통한 정부의 경제활력 제고 의지를 믿어 달라.”
(2019년 10월 16일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

-“불필요한 디플레이션 논란이 지속되면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경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9월3일 거시정책협의회)

-“글로벌 금융시장의 ‘꼬리 위험(tail risk)’이 커지고 있다”
(8월 20일 거시경제금융회의)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