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8일 오전 9시45분 검은색 정장에 노타이, 마스크 차림으로 입정해 피고인석에 앉았다. 지난해 8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신분일 때부터 검찰 수사를 받았던 그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으로 처음 법정에 나왔다. 먼저 들어와 있던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조 전 장관 쪽으로 다가왔다. 둘은 짧은 인사와 함께 악수를 나눴다.
조 전 장관은 간혹 변호인과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했다. 정면을 응시하다가도 고개를 돌려 방청석에 시선을 주기도 했다. 그는 법정에 들어서기 전 포토라인에 서서 “이유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면서도 “검찰이 왜곡하고 과장한 혐의에 대해 사실과 법리에 따라 하나하나 반박하겠다”고 했었다.
김 부장판사 등 재판부는 오전 9시57분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사건번호를 안내하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건 심리를 시작하겠다”며 ‘조국 피고인’의 출석을 물었다. 조 전 장관은 “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 전 비서관의 출석도 확인했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에 대한 공판의 시작이었다.
인정신문 뒤 검찰의 공소사실 설명이 이어졌다. 검사 측은 “본 건은 민정수석을 포함한 고위 관계자들이 현 정부 실세들로부터 친정부 인사에 대한 감찰을 무마해 달라는 통보를 받고, 이미 중대 비리가 발견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지시해 청와대 특별감찰반들로 하여금 감찰을 중단하게 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측은 화상기에 자료를 띄워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검사 측은 당시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낸다 하니 감찰을 더 할 필요 없다, 없던 것처럼 하자”고 박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백 전 비서관에게 금융위원회 연락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백 전 비서관이 금융위에 “청와대 감찰이 있었으니 대부분 ‘클리어’됐고 사소한 것이니 인사에 참고하라”고 전달했다고도 검사 측은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변호인 측의 설명을 들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 전 장관 측은 화상기에 떠올랐던 그림을 상기하며 “검사는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조 전 장관에 대해 가능한 부분은 맨 윗 부분 화살표 한 조각”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의 감찰에 대해 보고를 받고, “비위 사실에 상응하는 인사조치를 하라”고 지시한 것이 전부였다는 얘기다.
이후 감찰이 중단된 것은 아니고 종료됐음을 주장한다고 조 전 장관 측은 강조했다. 조 전 장관 측은 “특감반에 대한 직권남용을 보면, 검찰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중단됐다고 하지만 중단이 아니고 종결”이라고 했다. 특감반은 강제권이 없어 법령상 감찰을 더 할 수도 없었고, 결국 그렇다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인사조치 지시가 과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인지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라고 조 전 장관 측은 말했다.
이날 오전 공판에서 검사 측은 사건이 중요하다며 심리가 지연될 것을 우려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이 종결되지 않을 경우 1주일 뒤 신문을 또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이에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이 “15일에는 안 되는 사정이 있다”고 답했다. 검사 측은 “변호인이 한두분만 계시는게 아니고 10명 넘게 선임됐는데, 변호인 사정으로 2주에 1번 재판이 열린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2주 간격으로 하되 다 마치지 못하면 바로 다음주에 하면 될 듯하다”고 했다.
검사 측은 “증인신문이 여러 차례 이뤄지면 그 과정에서 반대신문만 이뤄질 수도 있고, 진술의 오염 가능성도 있다”며 “재판부가 부담스럽겠지만 가급적 1회에 마칠 수 있도록 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가능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공판에서의 문답이 외부에 편향적으로 받아들여질 우려를 표한 건 조 전 장관 측도 마찬가지였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며 검찰의 공소사실이 일방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언론을 향해 “변호인 반대신문 내용도 보도해 달라”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