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룩’용 女원피스 준 유흥업소…대법 “음란행위 알선”

입력 2020-05-08 09:17 수정 2020-05-08 12:10

유흥주점에서 남성들에게 ‘커플룩’ 명목으로 여성용 원피스를 제공한 것을 음란행위 알선으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유해한 영향을 끼칠 위험성이 있는 건 아니다”는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음란행위를 알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흥업소 업주 김모씨 등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김씨는 2015년 10월 업소를 찾은 남성 3명에게 여성용 원피스를 입게 한 다음 여성 종업원들의 신체를 만지게 하는 방식으로 음란행위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남성들은 재질이 얇고 미끄러운 여성용 원피스를 입은 채 다른 여성 종업원들과 노래를 부르거나 신체 접촉을 하던 중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

1심은 김씨 등 업자들이 원피스를 제공한 것은 음란행위를 알선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50만~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2심은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 등이 여성용 원피스를 제공한 것만으로는 사회적으로 유해한 영향을 끼칠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일반적 영업 방식으로는 보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단순히 노래와 춤으로 유흥을 즐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장소가) 폐쇄된 공간이라는 점까지 함께 고려하면 정상적인 성적수치심을 무뎌지게 하고, 성적 흥분을 의식적으로 유발하고자 한 방식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음란 행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편의를 도모한 주선 행위로 평가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