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상처만 가르치는 수요집회 안나간다”

입력 2020-05-07 19:44 수정 2020-05-08 10:12
이용수 할머니가 7일 대구 한 찻집에서 앞으로 수요집회에 나가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30년 가까이 위안부 인권을 위해 싸워온 이용수 할머니(92)가 “더 이상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수요)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는 이유다.

이 할머니는 7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단독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집회 관련단체인 정의기억연대(옛 정대협)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며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귀한 돈과 시간을 쓰지만 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면서 “이제부터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소통하고 왕래하면서 역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정대협에 수십년동안 이용만 당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그는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른다”고 한 것이다. 이어 “현금 들어오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성금과 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되는데 그런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내가 비행기만 110번 정도 탔는데 지원을 받은 바 없고 공동대표 직함을 주는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은 적도 없다”며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의 당시 10억엔이 일본에서 들어올 때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전혀 몰랐다. (정대협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당선을 지지하고 덕담을 나눴다고 한 것에 대해 “모두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다시는 어떤 단체와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운영 중인 역사관이 아닌 제대로 된 역사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사죄와 배상은 100년이 걸리든 1000년이 걸리든 꼭 받아내야 한다. 마지막 남은 위안부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의기억연대 측은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부금 역시 할머니들을 위해 쓰이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기억연대 측은 “피해자 할머니들과 우리는 그냥 피해자와 지원단체 관계가 아니라 자식, 손녀 같은 관계라 30년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며 “그 안에서 이런저런 다툼도 있고 (할머니들)화가 날 땐 다르게 말씀하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미향 당선인도 SNS를 통해 이 할머니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정의연의 활동과 회계 등은 정말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모금 목적에 맞게 사업도 집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용수와 할머니와 통화 중에 할머니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고 다시 기억에 대해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수요집회는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총리 방한 때 항의 차원에서 시작된 집회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를 제외하고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이 할머니는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사죄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될 당시 피해사실을 증언했는데, 이 스토리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