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 내고 부동산 물려 준 부모들, 세무조사 받는다

입력 2020-05-07 18:04
변칙 증여 사례. 제공 국세청

A씨는 시쳇말로 조물주보다 위라는 건물주다. 상가 등 보유한 부동산만도 수십억원대에 달한다. 별다른 직업이나 소득도 없던 A씨가 건물주가 된 이면에는 모친 B씨의 계획이 있었다. 임대업자인 B씨는 현금으로 받은 임대료 수익을 A씨 계좌로 무통장 입금하고는 했다. 거래처 명의의 계좌를 통한 우회 입금 방식도 활용했다. 그렇게 A씨에게 흘러들어간 돈은 건물주라는 직위를 안겼다. 문제는 현금 증여를 하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이다. 국세청은 변칙 증여에 대해 10억원 이상의 증여세를 추징할 계획이다.

국세청이 부동산 변칙 증여 등 탈세 혐의자 517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7일 밝혔다. 지난달 2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35건의 의심 사례 중 혐의가 짙은 이들 279명을 추려냈다. 여기에 자체 조사로 덜미를 잡은 이들 등 238명을 더했다. 지난해 하반기 고가 아파트를 취득했거나 고액 전세입자 중 편법 증여 혐의가 있거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이들이 대상에 올랐다.

소득이 적거나 뚜렷한 소득이 없는데도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은 가족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A씨 사례처럼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현금을 직접 준 사례 외에 부모가 부동산을 취득하며 공동 명의로 등록한 사례 등이 눈에 띈다. 20~30대 조사자가 과반인 286명에 달하는 만큼 편법 증여를 중점적으로 살펴 볼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당한 세금없이 편법으로 부를 이전하는 사례는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