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7일 발표한 지난해 연간 가계동향(지출)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지출은 333만원으로 전년 332만7000원보다 소폭 늘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돈을 쓴 규모를 나타내는 소비지출은 지난해 245만7000원으로 전년(253만8000원) 대비 3.2%(8만1000원) 감소했다. 2012년(245만7000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2017년 255만7000원을 기록한 후 2년 연속 줄었다. 지난해 소비지출 항목별로는 음식‧숙박(14.1%), 식료품‧비주류음료(13.5%), 교통(12.0%), 주거‧수도‧광열(11.3%) 순으로 많았다.
가계동향조사는 가계의 생계비 부담 실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통계청은 지난해 한국경제가 2017년 9월 정점을 찍은 후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공식화한바 있다. 지난해 생산·투진 부진에다 소비마저 주춤했다는 점이 이번 통계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소득별로 보면 지난해 가구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02만4000원이었다. 반면 소득 5분위 가구는 422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소득 하위 20%의 소비지출이 상위 20% 가구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소득 하위 20%는 주로 식료품‧비주류음료(19.9%), 주거‧수도‧광열(19.5%), 보건(12.9%)에 돈을 썼고, 소득 상위 20%는 음식‧숙박(14.2%), 교통(12.8%)과 교육(11.9%)에 지출했다.
이날 통계를 보면 국민의 소득 증가를 통해 소비를 활성화하고 자연스럽게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사실상 먹혀들지 않은 셈이다.
통계청 조차도 가계 지출 감소가 내수 부진의 결과라는 점을 인정했다.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2019년 이후 가계동향조사 연간 지출 통계는 표본체계와 조사 방법이 과거와 달라져 연도별 결과를 비교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새로운 조사 방식에서도 가전, 교통, 의료 및 오락 등의 지출 금액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맞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기도 전에 국민 지갑이 닫히면서 올해 내수를 활성화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