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무와 동일한 질감의 강철판…포스코 미래전략 ‘강건재’

입력 2020-05-07 17:04
“두 벽 중 진짜 나무로 만들어진 벽은 어느 쪽일까요?”


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 건축 홍보관 ‘더샵갤러리’ 1층, 안내원이 로비 양측 벽을 가리키며 기자들에게 물었다. 두 벽 모두 나뭇결이 섬세했고 질감도 울퉁불퉁해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포스코 직원이 준 자석을 대보자 한쪽 벽에만 철썩 붙었다. 나무 무늬가 조밀하게 입혀진 강철판이었던 것이다.

안내원은 자석이 붙은 벽에 두고 “포스코 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고해상도 3D 잉크젯 인쇄 기법이 적용됐다”며 “나무뿐만 아니라 대리석의 질감도 똑같이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강판은 지난해 세계철강협회에서 ‘올해의 혁신상’을 수상한 ‘포스아트(PosArt)’다. 나무, 대리석과 동일한 질감의 강판을 구현하지만 불에 타지 않고 가볍고 저렴하다.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포스코가 ‘강건재(강철로 된 건설 자재) 시장’ 개척으로 활로 모색에 나섰다. 철강재 주요 공급처를 기존의 자동차, 조선업에서 건설업까지 넓히겠다는 것이다. 기존 강건재 시장은 현대제철이 이끌어왔는데 포스코의 이런 움직임이 향후 철강업계 구조 개편과 사업 다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이날 공개된 더샵갤러리의 외벽은 아연도금 강판보다 5~10배 부식에 강해 ‘녹슬지 않는 철’로 알려진 포스맥(PosMac)으로 지어져 강판 특유의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다. 주차장 천장은 포스맥을 ‘ㄷ’자 모양으로 오돌토돌하게 굴곡 처리해 변화를 줬다. 건물 로비에 들어서자 바람에 흔들릴 것 같은 사각형 도금강판 조각들이 은은한 빛을 내며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이 도금강판은 포스코가 개발한 차세대 표면처리 ‘포스PVD’ 강판으로 일반 도금강판과 달리 진공상태에서 도금을 입혔다. 덕분에 표면이 균일하게 빛나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강건재는 콘크리트, 알루미늄 등 기존의 건설 자재와 달리 재활용이 가능하고 비용이 저렴해 친환경,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배두병 국민대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강건재는 포스코그룹만을 위한 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재료”라고 강조했다. 국내는 해외에 비해 강건재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포스코는 조선, 자동차 산업이 갈수록 부진하자 지난해 11월 프리미엄 강건재 브랜드 ‘이노빌트’를 출시해 강건재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황민오 강건재마켓팅실 그룹장은 “현재 포스코의 강건재 연간 판매량은 400만t 수준이지만 2030년까지 1400만t으로 끌어올려 내수 시장의 50%을 점유하겠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