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백신이 개발돼도 도쿄올림픽은 어렵다.”
“대학원생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머리에 넣어달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화상 연결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진단하던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弥) 교토대 교수가 연신 묵직한 돌직구를 날렸다. 아베 총리가 내놓는 대응 방안을 면전에서 지적하며 그야말로 ‘팩트폭행’을 가한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6일 밤 야후재팬과 동영상사이트 니코니코가 주최한 인터넷 생방송에서 이뤄졌다. 아베 총리는 관저에서, 야마나카 교수는 교토대에서 동시 화상 연결을 통해 마주 봤다.
이날 아베 총리는 내년 7월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성공을 장담하면서 “(코로나19) 치료약, 백신 개발을 일본이 중심이 돼 추진하겠다. 과학자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야마나카 교수는 “1년 안에 충분한 백신이 마련되기란 엄청난 행운이 오지 않는 한 어렵다”며 찬물을 부었다.
이어 “올림픽은 전 세계 선수와 관객들이 오는 ‘인간 대이동’과 같은 대회”라며 “백신 이상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 치료약인데, 신약 개발을 올림픽에 맞추기는 힘들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올림픽 연기가 2년일지 1년일지 지켜봤는데 결국 1년이었다”며 “연구자들은 큰 숙제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야마나카 교수는 아베 총리의 대학생 지원 대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대학생을 지원하겠다며 지난달부터 시작된 장학금 제도 등을 설명했다. 이어 “추가지원을 조속히 검토해 재빨리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야마나카 교수는 “대학원생도 곤경에 처해있는 건 마찬가지”라며 “대학원생의 존재도 머리에 넣어달라”고 꼬집었다. 이후 사회자가 아베 총리에게 ‘대학원생도 장학금을 활용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어디까지나 지금은 학부생들 이야기”라며 “장래 과제로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일본의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도 갈렸다. 아베 총리는 “검사 능력을 하루 2만건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걸 활용할 수 있는 태세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본의 하루 검사 건수는 최대 7000건 정도인데 이를 2만건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야마나카 교수는 “검사 능력을 지금의 10배, 100배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확진자들을 격리해 나가야 경제 활동이 재개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대도시에서는 증상이 있어도 일주일 내에 검사를 받을 수 없는데 빠른 검사를 위해서는 2만건으로 부족하다”고도 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이전에도 아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지난 3월 18일에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국에 머리를 숙여서라도 정보 교환을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